내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둔 광주지역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창작활동과 기념 공간 조성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공연을 통해 5·18 민주정신을 되새기고 그날의 참된 의미를 후손들에게 널리 전하기 위한 것이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영·호남 합작’ 뮤지컬 영화 ‘쏴!쏴!쏴!쏴 탕’이 본격 촬영에 들어갔다고 3일 밝혔다. 지난 2일 5·18 희생자들이 안장됐던 망월동 5·18 구 묘역에서 영령들에 대한 참배를 한 직후 촬영을 시작한 영화는 고 오세영 만화가의 ‘부자의 그림일기’가 원작이다. 영화에는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해 남편을 잃은 주인공 ‘숙희’와 당시 광주에 투입돼 시민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던 청년이 서로 만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이 담긴다. 5·18을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과 ‘오월의 노래’ ‘광주 출정가’ 등 9곡의 민중가요가 영화 속에 삽입된다. 문화산업진흥원 제작 지원을 받는 경남 창원 상남영화제작소는 “부당한 권력에 저항한 민주화운동이 더 이상 지역감정이나 진영논리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은 5·18 40주년을 기념한 ‘시간을 칠하는 사람들’과 ‘나는 광주에 없었다’ 등 창작공연을 제작 중이다. 시간을 칠하는 사람들은 지난해 창작스토리 콘텐츠 개발사업 ‘광주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공모에서 선정됐다. ‘건물이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작품은 5·18 최후 항쟁지인 전남도청 건물에 얽힌 주인공 ‘칠장이’의 삶을 돌아본다. 지난 10월 시범 공연에 이어 내년 관객들과 마주할 이 작품은 관람객들이 특수 이동형 객석에서 배우들과 함께 이동하며 작품을 관람하는 형식이다.
지난 5월 첫 선을 보인 5·18 겪어보기 연극 ‘나는 광주에 없었다’ 역시 관객참여형 이색 공연으로 객석과 무대의 구분을 없앴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과 함께 행진을 하고 구호를 외치는 등 10일간 이어진 5·18민주화운동을 관객 스스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연극은 2020년 100분 분량의 본 공연을 선보인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폐막식을 담당한 고선웅이 연출한다.
1980년 5·18 발원지인 전남대는 ‘민주길’ 조성사업을 통해 5·18 40주년을 기념한다.
4일 오후 옛 본관인 용봉관 앞에서 기공식을 갖는 민주길은 박관현 언덕길과 윤상원 숲, 민중시인 김남주의 길, 민주 횃불벽화마당 등 전남대 교내 민주화운동 기념명소 11곳을 5㎞ 코스로 잇는다. 대학 측은 80억 원을 들여 정의·인권·평화를 주제로 한 3개 노선의 민주길을 5·18 40주년에 맞춰 완공한다.
전남대 정병석 총장은 “5·18 민주화운동 모태 역할을 한 기념공간들을 하나로 묶어 민주길을 만든다”며 “민주주의 교육장이자 학생·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널리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