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 건들지마” 美, 프랑스 ‘디지털세’에 보복관세

입력 2019-12-03 11:00 수정 2019-12-03 17:32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3조원 가까운 규모의 프랑스산 제품에 최대 100% 추가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프랑스가 미국의 구글·애플·아마존 등을 포함하는 거대 IT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이를 차별행위로 보고 보복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도 이른바 ‘와인세’ 부과를 경고한 바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에 따라 프랑스의 디지털서비스세금(DST)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도록 한 내용이 담겼다.

USTR은 “프랑스의 디지털세는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국제 세금 정책의 일관된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소급 적용과 역외 적용, 수익이 아닌 매출에 대한 과세, 특정 미국 기술 기업에 벌칙을 가하려는 목적 등의 측면에서 일반적인 조세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프랑스 디지털세의 영향을 받는 미국 업체로 언급됐다.

후속 조처로 24억 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의 프랑스산 수입품에 최대 100%의 추가 관세를 물리는 방안 등에 대해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했다고도 밝혔다. 추가관세 대상품목은 치즈, 스파클링 와인, 화장품 등 63종이다. 프랑스의 서비스 부문에 대한 수수료 혹은 제한(fees or restrictions) 부과 방안도 포함됐다. USTR는 다음달 6일까지 의견을 접수한 뒤 7일 공청회를 열 계획이며 14일까지 반박 의견도 받는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오늘 결정은 미국 기업에 지나친 부담을 주거나 차별하는 디지털세에 대해 미국이 조치를 하리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다”라고 밝혔다. 또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터키의 디지털세에 대해서도 무역법 301조 적용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USTR은 디지털세 및 선도적인 미 디지털 서비스 기업을 겨냥한 시도 등, 불공평하게 미 기업을 겨냥한 유럽연합(EU)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는 데 대해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IT업계들은 USTR의 발표를 환영했다. 미국 CNN방송은 기술무역 단체인 인터넷협회가 “차별적인 디지털세는 혁신적인 미국 회사들에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며 중소기업들은 가장 큰 부담에 직면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반발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라디오 클라시크에 출연해 미국의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표현하며 “미국의 새 제재가 있을 경우 유럽연합(EU)은 대응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아녜스 파니에뤼나셰 재정경제부 국무장관도 수드 라디오에 출연해 프랑스는 디지털세 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세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온라인 기반 거대 IT기업들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들 기업이 각국에서 수익을 내면서도 해당 국가에 물리적 법인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인세를 내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데서 착안한 세금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이들 기업에 별도의 디지털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프랑스가 가장 앞장서서 디지털세 도입에 나섰다. 프랑스 상원은 지난 7월 11일 연수익 7억5000만유로(약 9900억원) 이상이면서 프랑스에서 2500만 유로(약 33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이는 글로벌 IT 기업에 대해 이들이 프랑스에서 번 연간 총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대상 기업은 미국·독일·영국·프랑스 등의 IT 대기업 30여개다. 이에 미국은 자국 기업이 주요 표적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고 USTR는 DST 부과가 불공정 무역에 해당하는지 검토해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