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이장 직선제’ 새롭게 보완…충남 태안군의 실험 통할까

입력 2019-12-02 14:12 수정 2019-12-02 14:52
맹천호 태안군 행정지원과장이 2일 태안군 브리핑룸에서 개정된 이장 직선제 규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태안군 제공

충남 태안군이 전국 최초로 도입한 ‘이장 직선제’가 보강되며 풀뿌리 자치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태안군은 2일 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태안군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의 개정 배경과 세부 내용에 대해 발표했다.

태안군의 이장 직선제는 지난해 12월 전국 최초로 도입됐다. 그러나 이장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소수 주민들의 추천임명과 담합, 단독후보 출마, 이장의 타 직종 겸직과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실제로 최근 1년 간 임명된 태안지역 이장 47명 중 단독출마를 통해 당선된 인원은 전체의 82.9%인 39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규칙 개정에 따라 후보자 1명이 등록했을 경우 해당 마을에 주민등록이 된 전체 세대의 과반수가 투표를 실시, 투표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한다.

투표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거나 당선자가 없을 경우 읍·면장이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이장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장이 보조금이나 공적자금을 받는 단체의 대표를 겸직하게 되면 형평성·투명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겸직을 금지하는 규정도 마련됐다. 다만 급여·수당 등을 받지 않는 비상근 대표는 예외로 할 수 있다는 임의 조항이 포함됐다.

주민 합의가 없는 금품 수수행위를 막기 위한 모금행위 금지조항도 신설됐다.

이 조항에 따르면 주민갈등을 유발하는 수고비 형태의 금품 수수·마을 발전기금 모금행위는 금지되지만, 경로행사나 체육대회 등 주민 간 합의가 있을 경우 모금이 가능하도록 예외규정을 뒀다.

군은 보다 체계적인 선거운영을 위해 각 읍·면 및 개발위원회 등에 ‘이장 선거 운영 요령’을 배포할 예정이다. 여기에 ‘주민의 신망이 두터운 자’ 중 이장을 뽑도록 한다는 내용은 ‘마을총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 읍·면장이 임명하도록 한다’는 문구를 넣어 보강하기로 했다.

이밖에 이장 직권면직 사유 중 하나인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와 관련해서는 형이 확정된 뒤 직권면직이 이뤄지도록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맹천호 태안군 행정지원과장은 “이 규칙은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만든 전국 최초의 이장 직선제 선출 규칙”이라며 “지역 이장님들의 우려와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장 선거 운영 요령을 신속히 마련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발생 가능한 문제점도 계속해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 스스로 마을의 대표를 뽑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마을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태안=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