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해외로 양자 나갔다 40세에 국적회복 신청… 法 “병역기피 정황”

입력 2019-12-02 11:38
게티이미지뱅크

17세에 해외에 양자로 입양됐다가 40세에 한국 국적 회복을 신청한 남성에게 정부가 ‘병역 기피’를 이유로 불허 처분을 내렸다. 남성은 이에 불복해 법원을 찾았지만 정부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2일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국적 회복 불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975년생인 A씨는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중 그 나라 국적을 보유하고 있던 부모님의 지인에게 1992년 양자로 입양됐다. 이에 따라 A씨는 한국 국적을 상실했고 새로운 모국에서 대학까지 졸업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A씨는 한국과 연을 계속 이어갔다. 2003년 서울에서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으며 2009년에는 아예 국내에서 직장을 얻어 터를 잡았다. A씨는 40세가 된 2015년이 되자 국적 회복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국적 회복을 불허했다. A씨가 국적법 제9조 2항에 명시된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했거나 이탈했던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의 판단 역시 같았다.

재판부는 “병역을 기피할 목적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국적을 상실하던 당시 내심의 의사를 미뤄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내심의 의사’ 즉 A씨의 속마음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재판부가 중요하게 본 정황은 국적 상실과 회복 신청이 이뤄진 시기였다.

병역법은 한국 남성이 만 18세부터 병역준비역에 편입된다고 규정하는데 A씨는 만 17세8개월 무렵에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 A씨는 당시 학업 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입양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A씨가 2009년부터 국내에 체류하며 직장을 다녔지만 면제되는 38세가 지나서야 국적회복 허가 신청을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는 국적 상실 당시 A씨에게 병역 의무를 기피할 목적이 있었음을 미뤄 짐작하게 하는 하나의 정황”이라고 판시했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