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父 “아이들 이름 모욕당했는데…나 원내대표 사과 없어”

입력 2019-12-02 11:20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 고(故) 김민식 군 아버지 김태양씨가 ‘민식이법’ 등 아이들 이름으로 된 법안이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모욕적이었다”는 심경을 밝혔다.

故김태호, 김민식, 이해인 양의 부모가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2하준이법과 민식이법이 법사위에서 통과돼 기뻐하고 있었다. 그런데 5분도 채 안 돼 필리버스터로 본회의가 무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참담했다”고 밝혔다.

일명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은 앞서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신청했다. 이에 반발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불참하며 일정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부모 기자회견에서 故김태호군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나 원내대표의 기자회견을 들었을 때 아이들의 이름으로 된 법안을 정치 협상 카드로 내세운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유가족들이) 본회의가 안 열려서 오열한 게 아니라 아이들 이름에 대한 모욕적인 부분에 대해서 부모들이 다들 화가 나셔서 오열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그래서 나경원 원내대표 면담을 거부하고 국회 정론관에 가서 기자회견을 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국회 정론관에서도 기자회견할 때 꼭 사과를 해달라 입장 표명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진행자가 사과를 받았는지 묻자 김씨는 “아직까지 사과에 대한 것은 없었다”고 답했다.

故김민식 군의 부모가 나경원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 관련 기자회견을 직접 지켜본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본회의 무산을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저희는 민주당도 아니고 한국당도 아니다. 또 정치인도 아니다”라며 “본회의가 무산된 것에 대해서 책임에 대해서는 두 당 다 회피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생명 안전 법안을 이렇게까지 이용하셔야 했나. 그런 부분이 제일 속상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당에서 국회 본회의를 열어 ‘민식이법’만 원포인트로 통과시키자고 주장한 것에 대해 김씨는 “일단 저희가 추진하고 있는 아이들의 생명 안전 법안이 저희 입장에서는 제일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또 다른 법안들이 있고 분명 그 법안들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 법안들보다 저희가 무조건 우선시된다고 말은 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소설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