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달 29일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흉기 테러와 관련해 테러 혐의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됐다가 가석방된 74명이 대중에 위협을 끼치지는 않을지 재심사하겠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존슨 총리는 영국 BBC 프로그램 ‘더 원스 앤드루 마 쇼’에 출연해 이번 테러를 저지른 우스만 칸(28)이 겨우 8년 동안 복역하고 풀려난 것에 대해 “혐오스럽다”고 말한 뒤 칸의 가석방이 노동당 정부 당시 “좌파 정부에 의해 도입된 법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당 정부는 2005년 교도소 과밀 현상이 벌어지자 장기 징역형을 받은 죄수가 형기의 절반을 복역하면 가석방위원회 심사를 받지 않아도 자동으로 석방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사법과 이민에 관한 법률’을 도입했다.
우스만 칸은 지난 2012년 2월 런던 증권거래소 폭탄 테러 기도 혐의로 최소 징역 8년 이상의 부정기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듬해 항소심에서 이 같은 형을 파기하고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았다. 부정기형은 형의 기간을 확정하지 않고 선고하는 자유형으로, 복역성적을 통해 석방을 결정할 수 있다. 칸은 지난해 12월 전자발찌 부착 등을 조건으로 가석방됐다.
존슨 총리는 “나는 자동 석방에 대해 2003년에도, 2008년에도 반대했다. 이제 총리로서 폭력과 심각한 성범죄, 폭력 및 테러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조기 출소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번 사건에 따라 자동적으로 법안을 개정하는 움직임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어떤 정부도 공격을 막을 수 없다. 그럴 수 있다고 말하는 정치 지도자를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정부는 테러를 더 적게 발생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코빈 대표는 보호관찰과 정신건강 치료 등 공공서비스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해 범죄와 재범을 최소화하는 것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렴하게 사람들의 안전을 유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에드 데이비 자유민주당 부대표는 이번 테러와 관련한 존슨 총리의 대응에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누구도 비극적 사건을 정치적 이익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존슨 총리는 실제 법 내용과 관련해 사람들을 호도하면서 그런 짓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테러로 목숨을 잃은 케임브리지대학 범죄학 전공 대학원생 잭 메릿(25)의 부친 데이빗 메릿은 1일 트위터에 “아들의 죽음으로 더 가혹한 징역이나 불필요한 사람들을 구금하는 구실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