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백원우 특감반원’, 숨지기 전 “총장님께 죄송하다”

입력 2019-12-02 00:05 수정 2019-12-02 00:05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 직속의 ‘백원우 특감반’에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 A씨가 1일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이런 일이 생겨 검찰총장께 죄송하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겼다고 한다. 검찰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의 중요 참고인인 A씨의 사망 경위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에 참석한 조국(오른쪽) 민정수석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대화하고 있다. 2018.05.14. 뉴시스

A씨는 지난해 6·13지방선거 직전 백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울산에 내려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를 점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김 전 시장과 관련된 비리 첩보는 백 전 비서관으로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을 거쳐 경찰로 하달됐다. A씨는 백 전 비서관의 최측근으로서 당시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와 관련해 이날 오후 6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김태은)에서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A씨는 이날 오후 3시10분쯤 서초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오피스텔은 A씨의 지인의 법무사 사무소였다고 한다. A씨의 지인은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119구급대와 함께 출동해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A씨는 이미 숨진 상황이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의 자필 메모 여러 장을 발견했다. 메모에는 가족들에 대한 걱정과 함께 “이런 일이 생겨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씨는 메모에서 “윤석열 검찰총장님께 죄송하다”는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윤 총장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고 한다. 메모에는 현재 진행 중인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된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 다만 A씨는 최근 주변에 “청와대 쪽에서 사건과 관련해 연락을 좀 받았다”는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유가족은 경찰에서 “A씨가 힘들어했다”고 진술했다.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다소 차질을 빚게 됐다. 하명수사 의혹은 청와대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에 대한 울산지방경찰청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A씨는 백 전 비서관 지시로 김 전 시장 관련 수사를 점검하기 위해 울산에 직접 내려갔다는 의심을 받고 있었다. 검찰은 공직자 감찰 권한이 없는 민정비서관실 소속 A씨가 울산에서 경찰 관계자를 만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최근 울산지검에서 하명수사 의혹 관련 조사를 한 차례 받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정비서관실 행정관들이 울산시에 갔던 것은 ‘고래고기 사건’ 때문”이라며 “검경이 서로 다투고 있어 부처 간 불협화음을 해소하고자 내려간 것”이라고 말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김상조 정책실장. 2019.11.29 zjin@yna.co.kr

검찰은 하명 의혹 사건의 핵심 참고인인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 대해서도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A씨는 당시 백 전 비서관의 지시를 단순히 이행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직권남용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사법 처리 대상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을 것이어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 사건에서 나타났듯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사건에서는 윗선의 직간접적 압박이 올 수도 있다”며 “내적 갈등이 심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이미 사건에 대한 핵심 단서를 많이 수집했다는 생각에 조사를 앞두고 어려움이 있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고인은 최근까지도 소속 검찰청에서 헌신적으로 근무해 온 것으로 알고 있고, 검찰은 고인의 사망경위에 대해 한 점의 의문이 없도록 철저히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는 청와대 파견근무를 마치고 지난 2월 검찰로 복귀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에서 근무해왔다. 형사6부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5·수감 중)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고 있지만 A씨는 유 전 부시장 관련 수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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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