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브리지 테러 사건의 용의자가 과거 테러 혐의로 중형을 받고도 가석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석방 제도가 영국 총선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우슬람 칸은 지난달 29일 런던 브리지에서 폭발물로 보이는 조끼를 몸에 두르고 대낮에 흉기를 휘두르는 테러를 저질러 5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가 두른 폭발물 조끼는 모조품으로 확인됐지만, 현장의 시민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를 제압해 참사 확대를 막았다.
대형참사는 막았지만 테러 전력이 있던 칸의 가석방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국 내 가석방 제도 논란이 일었다. 칸은 2010년 12월 런던 증권거래소 폭탄테러를 기도한 혐의로 2012년 2월 최소 징역 8년 이상의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기형은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복역 기간만 설정하고 형의 만료 시한을 확정하지 않는 형이다. 칸은 이듬해 항소심에서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12월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조건으로인 8년만 복역하고 풀려났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이베트 쿠퍼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그(칸)는 가석방위원회의 심사도 거치지 않고 (1심 판결로부터) 6년 뒤 풀려났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허용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보수당 소속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은 “당신 정부(노동당 정부)가 2008년 도입한 법이 위험한 테러리스트도 형기의 절반만 마친 후 자동으로 풀려나게 했기 때문”이라며 “보수당은 당신들의 자동 석방 정책을 끝내기 위해 2012년 법을 바꿨지만 칸은 그 전에 유죄 선고를 받았다”고 반격했다. 영국 가석방위원회도 “자동으로 가석방돼 풀려난 것으로 보인다”며 칸의 석방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테러 다음날 성명에서 “만약에 보수당이 다음 주 열리는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테러범을 포함한 중범죄자들이 교도소에서 형량을 모두 채우도록 하겠다”며 “심각한 테러 범죄에 연루되면 최소 14년 형을 받아야 한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막은 ‘헝 의회’(어느 정당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단독 내각을 구성하지 못하는 상황)로 인해 정부가 범죄자와 테러리스트를 더 오래 복역하도록 하는 정책 변화를 추진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리로 취임한 뒤) 지난 4개월간 말해온 것처럼 이 같은 시스템을 끝내야 한다”며 다가오는 총선에서 보수당에 과반 의석을 지지해달라는 뜻을 내비쳤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1일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테러리스트나 범죄자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형량을 채우도록 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며 “상황과 형벌에 따라 달라야 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교도소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코빈 대표는 형을 채우는 것보다는 교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교도소는 중대 범죄자들을 시민들과 격리하기 위한 곳이면서도 갱생을 위한 곳이기도 하다”며 칸이 가석방된 뒤 보호관찰 서비스가 그를 제대로 살피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용의자 칸의 변호인은 칸이 수감기간 동안 당국에 사상적인 과격함을 버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수년간 테러 관련 범죄로 수감됐다가 풀려난 이들이 사회복귀를 돕는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함에도 여전히 과격성이 드러나는을 두고 꾸준히 문제제기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