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가면 장학금 환수…서울과학고, ‘외도’ 막는다

입력 2019-12-02 06:00
서울과학고등학교 전경. 연합뉴스

서울과학고등학교가 과학영재학교의 설립 취지와 무관하게 학생들이 의학계열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서울과학고는 2일 “과학영재학교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내년부터 ‘이공계 진학지도 강화 방안’을 시행한다”며 “졸업생의 상당수가 의학계열에 진학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이번 대책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일단 서울과학고는 2020학년도부터 진로진학교육을 강화한다. 의학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에게는 일반고 전학을 권고할 계획이다. 의학계열 대학에 지원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내용을 학교 입시 요강에 명시하기로 했다.

학교 측은 또 의학계열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의 교육비(1인당 연 500만원)와 장학금을 환수할 방침이다. 학생이 의학계열 대학에 지원할 경우 교내대회 수상실적도 취소한다. 교육비 환수와 교내대회 시상 제한은 2020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한다. 나머지 방안은 내년부터 전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한다.

서울과학고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과학 분야 우수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공립 영재학교다. 선행학습 규제를 받지 않고, 국가 차원의 투자를 지원받는 등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과학 영재학생들의 ‘외도 현상’이 감지됐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2016~2019년 국·공립 영재학교 8곳 졸업생의 의학계열 진학 비율은 평균 8.2%였다. 같은 기간 서울과학고 졸업생의 의학계열 진학 비율은 22.8%였다. 이는 국·공립 영재학교 8곳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서울과학고는 최근 3년간 총 38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중 이공계에 진학한 졸업생은 240명, 의학계열로 진학한 졸업생은 84명이었다. 나머지 63명은 인문사회 및 기타계열로 진학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과학고가 과학영재학교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학교와 긴밀한 연락을 유지하고 행정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울과학고는 2021학년도부터 ‘지역인재 우선선발 제도’를 변경 시행하기로 했다. 영재학교 신입생의 지역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기존 41개 단위지역별(16개 시·도, 서울 25개 자치구) 1명 이내로 우선 선발하던 것을 지역별 최대 2명까지 선발 가능하도록 확대한다.

서울과학고는 “타고난 재능과 잠재력이 높은 여러 지역 인재들의 지원을 늘려 묻혀있던 영재들을 적극 발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