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총리 1월 사임”… 2년전 기자피살사건 연루 의혹

입력 2019-12-02 04:00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몰타 기자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피살 사건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시위대가 몰타 발레타로 향하는 주요 도로를 차단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지중해 작은 섬나라 몰타에서 정치권의 부정부패를 고발해오다 2년 전 피살당한 기자의 사건으로 총리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사건에 연루된 측근들이 잇따라 소환되거나 사임하자, 야권과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다.

AFP통신은 30일(현지시간)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가 내년 1월 18일 사임할 것이라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 피살 사건’을 사주한 배후 인물이 재판에 넘겨지고 자신이 속한 노동당에서 새 대표가 선출되면 자진 사임하겠다는 것이다.

정권을 뒤흔들고 있는 기자 피살 사건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갈라치아 기자는 블로그에 몰타 정치권의 온갖 비리를 고발하는 탐사기자로 유명해졌다. 그는 몰타 총리와 비서실장이 탈세를 위한 유령회사를 설립했다는 폭로도 했다. 하지만 2017년 10월 16일 그는 누군가가 차에 설치한 폭탄으로 폭사했다. 당국이 수사에 나섰고 두 달 뒤 암살을 실행한 혐의로 남성 3명이 체포·기소됐지만 배후는 2년 넘게 드러나지 않았다.

몰타 경찰이 지난달 20일 유명 기업인 요르겐 페네치를 체포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페네치는 갈리치아 기자 피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두바이에 설립한 정체불명의 회사를 통해 정계 고위 인사들에게 뒷돈을 건넸다는 의혹을 제기된 바 있다. 그는 체포 후 정보 제공을 대가로 사면을 요구했다.

이후 몰타 정부 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크리스티안 카르도나 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경찰 조사를 받았고, 무스카트 총리의 최측근 케이스 스켐브리 총리 비서실장도 26일 체포됐다. 콘라드 미치 관광부 장관도 경찰 조사를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2년 전 사건이 정권 차원의 부정부패 의혹으로 확장하면서 무스카트 총리에게도 정치적 압력이 거세졌다. 야당과 시위대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무스카트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무스카트 총리는 이 같은 상황에서 자진사임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속한 노동당 관계자는 “그(총리)는 지금이 떠날 때라고 느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총리 사임은 조만간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몰타 검찰은 이날 페네치를 갈리치아를 폭사시킨 공범으로 보고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페네치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