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울산, 전북 ‘기적’의 K리그 우승

입력 2019-12-01 18:03 수정 2019-12-01 18:10
울산 현대 선수들이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에서 4대 1로 패한 뒤 고개를 떨군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폭우가 쏟아진 울산종합운동장. 후반 종료 직전 팔로세비치(포항 스틸러스)가 페널티킥을 밀어 넣었다. 스코어는 4-1. 경기장을 가득 채운 1만5401명 중 대다수 울산 팬들은 믿기지 않는 듯 고요한 정적에 휩싸였다. 전북 현대는 같은 시간 강원 FC를 1대 0으로 잡은 상황. 울산은 우승 트로피를 놓치는 ‘악몽’을, 전북은 역전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맛봤다. 그라운드에 주저 앉은 울산 선수들 위로 야속한 빗줄기가 흘러내렸다.

2019 K리그1 우승팀이 결국 전북으로 결정됐다. 7년 만에 관중 230만 명을 돌파한 중흥의 한 해를 보낸 K리그.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이 이뤄진 가운데 강원을 누른 전북(승점 79·72득점)이 포항에 발목을 잡힌 울산(승점 79·71득점)을 다득점 1점 차로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울산은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K리그1 38라운드 ‘동해안 더비’에서 1대 4로 졌다. 포항은 전반 26분 완델손, 후반 10분 일류첸코, 후반 42분과 52분 허용준과 팔로세비치의 골까지 무려 4골을 울산 골문에 폭격하며 울산에 고춧가루를 뿌렸다. 울산은 주니오가 전반 36분 1골을 만회했을 뿐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완패했다. 전북은 전반 29분 터진 손준호의 소중한 한 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전북 현대 선수들이 1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38라운드 최종전에서 승리해 우승을 확정한 뒤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은 또 다시 울산의 발목을 잡았다. 2013년 최종전에서 포항을 만났던 울산은 후반 추가시간 김원일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승점 1점차 준우승에 그친 적이 있다. 이날도 울산은 비기기만 해도 2005년 이후 14년 만이자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결국 포항을 넘지 못했다.

마지막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팀도 이날 FC 서울로 결정됐다. 서울(승점 56·53득점)은 대구 FC(승점 55)와 0대 0으로 비겨 포항(승점 56·49득점)에 다득점 4점 차로 3위 자리를 지켰다. 올 시즌 3패로 서울에 약한 모습을 보였던 대구는 결국 서울에 가로막혀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이처럼 역대급 치열했던 순위 경쟁은 올 시즌 K리그의 폭발적인 인기를 이끌었다. K리그 1·2 합계 403경기만에 230만 관중을 돌파했다. 230만 관중은 2013년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최초이자 최다다. 무료표가 존재했던 2012년과는 달리 유료 관중만 집계된 수치라 더 의미가 있다. 경기당 평균 관중도 K리그1이 8013명으로 47.2%, K리그2는 2946명으로 72.6%나 올랐다.

국가대표팀 선전은 K리그 중흥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A대표팀이 독일을 꺾었고, 김학범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다. 올해 20세 이하 월드컵에선 준우승의 기적도 있었다. 조현우(대구), 문선민(전북)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K리그 전국구 스타가 되면서 이들을 보기 위한 관중 유입이 늘어났다.

대구 FC의 K리그1 파이널A 38라운드 FC 서울전이 펼쳐진 DGB대구은행파크가 만원 관중으로 가득차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만의 흥미 요소도 증대됐다. 도심 접근성이 좋은 DGB대구은행파크를 선보인 대구는 1만2415석을 9번이나 매진시킬 정도로 인기였다. 축구공 모양의 고슴도치 캐릭터인 ‘리카’를 전면 내세운 적극적인 마케팅도 돋보였다. 야구 도시였던 대구에 축구 열풍이 일었을 정도다.

후방 빌드업을 강조하는 김도훈 감독의 ‘후니볼’, 김병수 강원 감독의 공격축구 ‘병수볼’ 등 특색 있는 축구가 이뤄졌다는 점도 주효했다. 연맹의 ‘5분 더 캠페인’은 슈팅·득점을 증가시키 등 공격적인 경기를 늘렸고, 울산에 이긴 포항처럼 타이틀이 걸리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공룡탈을 쓰고 열띤 응원을 펼친 강원의 ‘공룡좌’처럼 볼거리를 직접 마련하는 팬들의 응원문화도 K리그 인기를 확산시킨 주역이다.

울산=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