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선에 드리운 트럼프의 그림자…절친 존슨은 “간섭 마”

입력 2019-12-01 17:52 수정 2019-12-01 17:56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끈끈한 ‘브로맨스’를 과시했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다음주 트럼프 대통령의 런던 방문을 앞두고 “트럼프가 영국 조기총선 관련 발언을 하지 않는 게 나를 도와주는 일”이라며 일침을 날렸다.

존슨 총리는 29일(현지시간) LBC라디오에 출연해 “다정한 동맹이자 친구로서 우리들이 전통적으로 하지 않는 일은 서로의 선거 캠페인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영국처럼 가까운 친구인 나라들은 상대방의 선거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2월 2~3일 이틀 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런던을 방문할 예정이다. 존슨 총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솔한 입’이 오는 12월 12일 영국 조기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미리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행적을 거론하며 “그가 영국 정치에서 결코 멀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 입문 이래 정치적 동맹군은 과도하게 치켜세우고, 반대자들은 맹렬한 비난을 가해 쓰레기로 만드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이런 경향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영국에서 가장 도드라졌다. 영국 관료들 밀접한 동맹국의 수반이 저지르는 공공연한 선거 개입에 아연실색한 반응을 보여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말 긴밀한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이젤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직접 전화를 걸어 반대편인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코빈은 당신네 나라 영국에 너무 안 좋은 결정이다. 너무 나쁘다”며 “그는 영국 국민들을 안 좋은 길로 이끌 것이고 아주 나쁜 곳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너선 톤지 리버풀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영국 총선에서 트럼프의 그림자가 아주 크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보수당에 10% 이상 밀리고 있는 노동당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개입을 내심 반기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런던정경대의 패트릭 던레비 교수는 “노동당은 존슨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으로 구성된 상대 진영과 싸우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라고 말했다. 현재 노동당은 보수당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협정 협상에서 ‘영국의 자랑’으로 손꼽히는 공공의료서비스 국민보건서비스(NHS)를 민영화해 팔아넘길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영국인들의 호감도도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보다 낮았으며, 영국 유권자들의 절반 이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 지지행보가 후보자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단지 10%에 불과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