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 불발’ 황운하 “분통 터진다”…김기현 “내가 분통터져”

입력 2019-12-01 17:31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11월 29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경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황 청장이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지난해 6·13 지방선거 직전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낙선시키려고 청와대 지시에 따라 '하명수사'를 벌였는지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한 가운데에 있는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경찰청에서 명예퇴직 불가 통보를 받자 1일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황 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퇴 불가 사실을 전하며 “사유는 검찰이 (경찰청에) ‘수사 중’임을 통보했기 때문”이라며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공권력 남용”이라고 했다. 또 “검찰이 수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변호인과 상의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 청장은 “고발장 접수 후 1년 6개월이 넘도록 검찰이 수사를 방치하다 저의 명퇴 소식 이후, 그리고 검찰 개혁 패스트트랙 법안 국회 처리가 임박한 시점에 갑자기 하명수사 논란을 만들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황 청장은 오랜 기간 경찰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며 ‘검찰 저격수’ 역할을 해 왔다. 경찰 내부에서도 대표적인 강성으로 분류돼 수뇌부와 자주 마찰을 빚어 ‘돈키호테’로도 불렸다.

경찰대 1기인 황 청장은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를 두고 검찰과 항상 대립해 왔다. 1999년 서울 성동경찰서 형사과장 시절 “법적 근거가 없다”며 검찰 파견 경찰을 원대복귀시켰다. 2003년 용산서 형사과장 때는 용산역 집창촌을 무대로 한 법조브로커를 수사하겠다며 현직 검사를 포함해 법조인 30여명을 수사선상에 올리기도 했다.

황 청장은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경찰에서도 지휘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거의 유일한 경찰 간부다. 이 때문인지 징계도 많이 받았고, 진급도 동기들에 비해 상당히 늦었다. 실제 2006년 대전 서부경찰서장시절에는 경찰 내부통신망을 통해 “지휘부가 수사권 독립에 미온적이다”는 글을 올렸고, 그 직후 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좌천됐다. 2007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사건 때는 수사 축소 의혹과 함께 당시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가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황 청장은 진보성향 정부와 가깝게 지낸다는 지적도 받는다. 2011년 경무관이 된 황 청장은 박근혜정부 시절 번번이 승진에서 누락됐다. 그렇게 옷을 벗을 처지였다가 계급정년이 임박한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막차를 타고 치안감으로 극적 승진했고,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발탁됐다. 이후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측근 비리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황 청장을 직권남용, 피의사실 공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지난해 12월 대전청장으로 자리를 옮긴 황 청장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달 18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는 고향인 대전 중구에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후보로 나설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1일 자유한국당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 회의에서 “황운하 청장이 자신의 명예퇴직이 불가하게 됐다는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는 보도에 분통이 터진다”며 “자신의 공명심과 출세욕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는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울산지방경찰청으로 하명이 전달된 이후 수사가 본격화됐다고 하지만 황 청장은 그 이전부터 계획적으로 수사를 독촉했다”며 “송철호 울산시장과 절친한 사이였고 현직 장관과 호형호제를 하는 사람이 수사 과정에서 황 청장과 5~6회 만난 사실이 있었다. 이 사안은 선거법 위반 정도가 심대해 선거 무효가 선고돼야 하고 재선거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모규엽 김용현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