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근 연이어 고성능 정찰기를 한반도에 띄우며 대북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정한 이달 말까지 군사 도발 수위를 끌어올릴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드래곤 레이디’로 불리는 주한미군의 U-2S 정찰기 1대는 지난 30일 한반도 상공에서 대북 정찰비행을 실시했다.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지 이틀 뒤였다. 항공기 이동을 모니터링하는 민간 트위터 계정 ‘에어크래프트 스폿’ 등에 따르면 U-2S 1대는 경기도 오산의 미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과 강원도 일대 상공을 비행했다. 최전방 비무장지대(DMZ) 인근의 북한군 동향뿐 아니라 그 후방의 이동식발사대(TEL) 움직임을 비롯한 도발 징후 등을 파악하기 위한 정찰비행으로 해석된다.
냉전시대 개발된 U-2 정찰기는 대북 감시 활동에 40년 넘게 투입돼 왔다. 최신형인 U-2S는 5만~7만 피트(15.2~21.3㎞) 고도로 비행하며 각종 전자신호뿐 아니라 통신감청 첩보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100~200㎞ 떨어진 지역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고해상도 영상 장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정찰 강화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군사 도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23일 서해 접경지역인 창린도에서 해안포 여러 발을 발사한 뒤 지난 28일 초대형 방사포를 쐈다. 고체 연료를 쓰는 신형 단거리 무기 개발을 위해 올해에만 13차례 시험발사를 한 북한이 또 미사일을 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해안포 발사에 이어 접경지역 적대행위 중지를 약속한 9·19군사합의를 위반하는 재래식 무기를 또 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은 초대형 방사포를 쏘기 전 RC-135V ‘리벳 조인트’에 이어 E-8C ‘조인트스타스’, EP-3E 정찰기를 이틀간 수도권 상공에 잇따라 띄운 바 있다.
일부 군사 전문가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거나 위성 발사를 가장해 탄도미사일용 로켓을 쏠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 외무성 일본담당 부국장은 지난 30일 “아베는 진짜 탄도미사일이 뭔지를 오래지 않아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서 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그때 가서 방사포탄과 탄도미사일이 어떻게 다른지 잘 대비해보라”고 비꼬기도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8일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 직후 ‘탄도미사일 발사’로 규정하며 비판한 것을 겨냥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날린 것이었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이 원하는 만큼의 보상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군사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다만 이달 말까지는 미국의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단거리 무기 도발로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협상시한 전에 미국이 우려하는 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쏠 경우 비핵화 협상 판 자체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추가 도발이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경고 차원에서 미국이 최근 대북 감시 활동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킨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군 소식통은 1일 “북한의 군사 도발에 임박한 징후는 현재까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