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이공대 봉쇄 해제… 시위 잔류자는 발견못해

입력 2019-11-29 17:54
홍콩 경찰이 28일 시위대가 점거했던 이공대에서 버려진 물건들을 살펴보고 있다. AP뉴시스

홍콩 경찰이 29일 홍콩 시위대의 ‘최후의 보루’였던 홍콩이공대 내부 수색을 마무리하고 봉쇄를 해제했다. 이로써 지난 17일부터 13일째 이어졌던 홍콩이공대 사태가 마무리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29일(현지시간) 홍콩 경찰과 소방당국이 오전까지 위험 물질을 모두 운반한 뒤 교정에서 철수했다고 전했다. 홍콩 경찰도 “이공대 내의 모든 위험 물품을 제거했으며, 이제 이공대 관리를 학교 측에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공대는 “환경안전 평가, 청소와 복구작업이 필요한 만큼 복구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교정은 개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홍콩 시위대는 지난 13일부터 홍콩이공대로 집결해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지만 지난 17일 밤 경찰이 이공대를 원천 봉쇄한 후 학교를 탈출하려다가 체포되거나 경찰에 투항했다. 이공대 내에는 극소수의 시위자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26~27일 이공대 교수들과 의료진 등 100여 명이 수색했을 때 단 한 명만 찾아냈다. 이 시위자는 탈진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28~29일 경찰이 소방관, 사회복지사 등과 함께 이공대 수색에 돌입했지만 잔류 시위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지난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한 후 시위대에 유화적 태도를 보여온 홍콩 경찰이 이공대 내 잔류자가 떠날 수 있는 통로를 살며시 열어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공대 내에는 시위대가 만든 화염병과 교내 실험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화학물질, 부패한 음식, 쓰레기 등이 곳곳에 남아있었으며, 시위대가 곳곳에 지른 불로 인해 상당수 건물이 훼손됐다. 경찰은 이틀에 걸친 수색에서 화염병 4081개, 대형 투석기 12대, 활 12개, 화살 200대, 석궁 12개, 가스통 1239개, 못 4상자 등과 화염병 재료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휘발유 등을 발견했다. 경찰은 위험한 인화성 물질 등은 폭발 등을 방지하기 위해 즉시 처리했으며, 나머지 물건은 추후 시위대 기소 등에서 증거로 활용하기로 했다.

한편 전날 홍콩 센트럴 에든버러 광장에서는 미국 의회의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 통과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 서명에 감사의 뜻을 나타내는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미국 국기를 흔들면서 홍콩인권법을 법제화한 미국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일부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는 뜻을 담은 손팻말을 들기도 했다. 홍콩 언론은 전날 집회에 10만 명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