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총선을 앞두고 기후변화 TV 토론회에 불참한 보리스 존슨 총리 자리에 지구 모양의 얼음 조각이 놓여진 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집권 보수당은 이번 TV토론회를 개최한 채널4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방송통신규제위원회에 보냈다.
영국 채널4 방송은 12월 12일로 예정된 총선거를 앞두고 28일(현지시간) 주요 정당 대표를 초청해 기후변화를 주제로 1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에는 제1야당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 조 스윈슨 자유민주당 대표, 시안 베리 녹색당 대표, 애덤 프라이스 웨일스민족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보수당을 이끄는 존슨 총리와 나이절 패러지 브렉시트당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채널 4방송은 존슨 대표와 패러지 대표의 자리에 각각 보수당, 브렉시트당이라고 적힌 얼음조각을 배치했다.
보수당의 경우 존슨 총리 대신 마이클 고브 전 환경부 장관이 토론에 참석하겠다고 했지만 다른 당대표들이 거부해 성사되지 않았다. 대신 고브 전 장관은 토론시간 동안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관련질문에 답변했다. 이날 존슨 총리의 불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는 편파적인 진행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영국에서 기후변화 문제는 이번 총선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다.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 관련 공약을 대거 쏟아내기도 했다. 따라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지구 모양의 얼음은 보수당이 기후변화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하다.
보수당은 “초당적인 행사에 보수당이 참여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이번 선거는 총리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의원을 뽑는 선거인만큼 토론회에 존슨 총리의 출석을 강요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7년 총선을 앞두고 BBC토론에 테리사 메이 전 총리 대신 엠버 러드 전 고용연금부 장관이 참석했던 전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수당은 “채널4가 보수당의 토론회 참여 기회 자체를 박탈한 것은 방송법 위반이자 이 자체가 정치적 견해를 보이는 것”이라며 방송통신규제위원회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보수당 내부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존슨 총리가 승리한다면 2024년 만료되는 채널4 방송의 운영권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