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재계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조원태號 한진그룹 구조조정 시작

입력 2019-11-29 17:30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한진그룹 제공

재계 주요 그룹들이 올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계속되는만큼 젊은 리더들을 앞세워 분위기 쇄신 및 효율성 제고를 노리는 동시에 신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은 29일 12월 2일부로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임원 수를 대폭 줄이는 등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한진그룹의 주력 사업인 항공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실시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취임 이후 첫 정기 임원인사다.

대한항공은 우기홍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세대교체’ 분석이 나온다. 경영 복귀 여부에 관심이 모였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한진은 서용원 사장이 퇴임하고, 후임으로 현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장 노삼석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노삼석 한진 대표. 한진그룹 제공

임원 수를 20% 이상 줄이고, 사장 이하 임원의 직위체계도 개편했다. 한진그룹은 사장·부사장·전무A·전무B·상무·상무보 등 기존 6단계에서 사장·부사장·전무·상무 등 4단계로 축소했다. 결재 라인을 간소화하고 젊고 유능한 인재를 중용해 신속한 의사결정,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조직문화 정착, 미래성장을 위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오랜 불황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도 세대교체를 통해 위기 극복을 향한 잰걸음을 시작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날 나명식 현대백화점 상품본부장을 부사장에, 조준행 해외패션본부장을 한섬 부사장에 임명하는 2020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1988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MD사업부장과 해외·잡화사업부장, 압구정본점장 등을 거친 나 신임 부사장은 1962년생, 조 신임 부사장은 1964년생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경험과 실력을 두루 갖춘 젊은 인재를 대거 중용한 게 특징”이라면서 “검증 받은 차세대 리더들을 적재적소에 과감히 배치해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그룹의 미래 혁신과 지속 성장을 준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차정호 신세계 신임 대표, 장재영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 손문국 신세계인터내셔날 국내패션부문 대표(왼쪽부터). 연합뉴스

신세계그룹은 패션부문 수장들을 서로 맞바꾸는 전략을 선택했다. 지난 10월 이마트 인사에선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 출신의 강희석씨를 새 대표로 선임해 세대교체를 이뤘다.

이날 인사에선 차정호(62) SI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하며 신세계 대표이사로 내정됐고, 장재영(59)신세계 대표는 SI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국내 패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패션부문을 신설하고 부문 대표이사에 손문국 신세계 상품본부장 부사장보를 내정했다.

SI의 경우 신세계백화점이 고급화 전략, 지역 일번점 전략 등으로 성장세를 보인 만큼 장 대표의 경영 노하우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SI 화장품, 패션 등의 부문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 온 차 대표는 차별화된 시각으로 백화점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신세계 측은 기대하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