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의 거두’ 나카소네 전 총리 타계… 개헌·군사대국화 추진

입력 2019-11-29 14:11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 연합뉴스

‘일본 보수 정계의 거물’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가 별세했다. 향년 101세.

1918년 군마현에서 태어난 나카소네 총리는 도쿄대를 졸업한 후 옛 내무성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해 1947년 28세 때 중의원에 처음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20회 연속으로 중의원 의원에 당선된 그는 1959년 아베 신조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총리 시절 과학기술청 장관으로 입각한 것을 시작으로 자민당과 내각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1982년 11월 제71대 총리를 맡아 73대까지 연속으로 재임했다. 아베 내각, 사토 내각, 요시다 내각에 이어 전후 4번째 장기정권(4년 11개월)을 이끌었다.

일본의 경제 호황기를 이끌었던 그는 총리로는 처음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참배함으로써 일본 보수 우익의 재탄생을 알렸다. 그는 평생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개헌과 군사대국화를 주창해 왔다. 연합군에 의해 구축된 전후(戰後) 정치를 끝내고 새로운 국가상을 만들자는 그의 노선은 이후 고이즈미와 아베 내각으로 이어졌다.

총리를 물러난 뒤에도 자민당의 원로로서 입김이 강해서 ‘막후 총리’ ‘그림자 장 군’으로 불릴 정도였다. 2001년 일본 국민의 정치개혁 욕구에 부응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이 출범하자 그는 자신의 파벌을 내세워 고이즈미 총리를 지원하는 대신 헌법 개정과 군사대국화 노선에 따르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는 85세이던 2003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가 ‘중의원 비례대표 73세 정년제’ 적용을 발표하자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안보 및 헌법 개정 문제에도 계속 관심을 두면서 공익재단법인 ‘나카소네 야스히로 세계평화연구소’ 소장을 맡아 다양한 현안에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99세이던 2017년 ‘국민헌법 제정의 길’이라는 책을 저술했으며 100세를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도 개헌에 대한 강력한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성명에서 “진정으로 국민이 참여한 헌법의 실현을 목표로 해야 한다”면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헌법 개정 논의를 진전시키기 바란다”고 말했다. 당시 그의 성명은 사학 스캔들로 위축됐던 아베 총리와 자민당에 큰 힘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고 김종필 총리를 비롯한 한국 보수 정계와 친분이 두터웠다. 한국과 일본 보수세력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해 한·일 공조의 당위성을 강력하게 설파하기도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