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제안서 수정? 재입찰?’ 한남3구역 딜레마, 최종결정 해 넘길 듯

입력 2019-11-29 06:00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천복궁교회에서 열린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 정기총회에 앞서 조합원들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한남3구역 재건축에 대해 ‘입찰무효’로 제동을 걸면서 전면 재입찰을 실시할지, 기존 시공사 제안서 수정을 통해 강행할지 여부를 두고 조합 측의 장고(長考)가 깊어지고 있다. 28일 정기총회에서 이를 두고 난상토론이 벌어졌지만 두 방안 공히 사업 지연은 불가피한데다 장단점이 달라 최종 결정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남3구역 조합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천복궁교회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어 정부 조치에 따른 향후 사업진행 방향에 대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공사비만 2조에 달하는 ‘강북 최대 재개발’이 허공에 뜰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조합원과 진행요원, 취재진 들로 총회 장소는 북새통을 이뤘고 조합원만 총회장 출입이 가능하도록 엄격히 통제했다.

3시간 넘게 진행된 총회에서도 뾰족한 합의점은 나오지 않았다. 조합 측은 총회 참석자들에게 정부의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관련 업무 협조 요청’ 자료를 배포했다. 도정법 위반에 따른 입찰중단과 재입찰 권고 내용을 두고 조합원 우려가 쏟아지자 이수우 한남3구역 조합장은 “이사회와 대의원회 회의를 거쳐 결정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다독였다.

조합은 일단 기존 입찰제안서에서 위법 사항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계속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대응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재입찰에 비해 사업지연은 상대적으로 최소화할 수 있지만 20여 가지에 달하는 해당 내용을 수정하다보면 조합원 이익은 확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입찰제안서 수정보다는 재입찰이 바람직하다고 강하게 권고한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성보 서울시 주택기획관은 “시공사 문제를 전달했으니 재입찰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조합에 전달했다”며 재입찰을 거듭 권고했다. 조합의 결정사항이고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향후 사업 진행과정에 관에서 득할 허가가 상당수 남아있는 점은 사업 강행 시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입찰 공고를 다시 내고 재입찰을 진행하는 경우 문제 소지를 제거하고, 정부와의 대립각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나 걸림돌이 적지 않다. 일단 대림산업, 현대건설, GS건설 등 기존 3사를 제외하고 초대형 규모의 이번 사업을 감당할 의지를 가진 건설사를 쉽게 찾기 어렵다. 그간 사업 진척 속도를 고려해보면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될 것도 확실시된다. 조합 입장에선 장고 끝에 악수를 둘 수 있는 상황이다.

조합의 양자택일은 일단 다음달 초 열리는 대의원회의 이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합원 투표에 따른 최종결정은 이사회와 대의원회의 등 절차를 거쳐 진행돼야 한다는 도정법에 따라 대세가 가늠되더라도 확정은 해를 넘기게 될 전망이다. 수사 상황에 따라 ‘입찰 무효’ 등 추가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만큼 다양한 변수에 대한 고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남3구역이 정부가 겨눈 칼날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물론 서울 부동산 시장 전반에 대한 여파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상 올해 재개발 ‘최대어’이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적용 이후 대규모 정비사업 추진에 대한 일종의 가늠자 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서울 내 사실상 유일한 공급방식으로 볼 수 있는 정비사업이 칼바람 속에 위축될 경우 시장 전반의 공급 위축과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시장에서는 이 같은 공급 감소 우려가 지표에 선행 반영되면서 집값이 상한제 발표 전후로 몇 달째 오르고 있다. 이날 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매매·전세가격은 각각 0.09%씩 올랐다. 특히 서울(0.10%→0.11%)과 수도권(0.11%→0.13%) 집값은 계속해서 상승폭을 이어가고 있다. 한남3구역을 위시한 정부의 재건축 타격과 시장 불법행위 단속, 추가 규제 가능성 등이 쏟아지고 있지만 한번 불붙은 서울 시장은 연말까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은 이번주 주간시황 분석을 통해 “학군 수요, 분양가상한제, 저금리, 토지보상비, 대체 투자처 실종 등이 강남권 전체 수요를 더욱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