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뱃속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을 활용해 고래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27일 울산 장생포에 위치한 울산항만공사에서 만난 사회적 기업 ‘우시산’의 변의현 대표가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500㎖ 폐 페트(PET)병 10.5개가 모이면 작은 고래인형 하나를 만들 수 있고, 86개가 모이면 대형 고래인형이 탄생한다.
우시산은 SK에너지, 항만공사, 울산시와 함께 울산항 해양환경보호 사업의 일환으로 ‘선박 폐플라스틱 업사이클링(재활용)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필리핀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래 뱃속에서 플라스틱 40㎏가 발견된 충격적인 일이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위기 의식으로 힘을 합했다.
선박에서 선원들이 쓰고 버린 생수 페트(PET)병을 분리 배출하면 장생포 소형선 부두 컨테이너에 보관했다가 재활용품 수거업체에 이를 넘긴다. 업체에서 페트 라벨을 제거하고, 색상 분류와 분쇄, 세척, 스팀 공정을 거치면 재료생산업체로 납품한다. 이곳에서 인형, 베개 등에 들어가는 솜을 생산하거나 에코백, 작업복에 활용할 수 있는 직물용 장섬유가 생산된다. 우시산은 이렇게 생산된 제품들을 판매·홍보하고 있다. 우시산과 함께 일하는 사회적 기업만 10곳에 달한다.
기존에는 선박에서 폐기물을 수거해도 인건비 문제로 플라스틱 분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바로 소각처리가 됐다. 이에 업사이클링 공장의 전문가들이 선박의 페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지난 4월 SK에너지, 항만공사, 우시산, 유엔환경계획 한국협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 6개월간 7만9650개 페트병이 고래인형 5300마리로 재탄생했다. 이는 500㎖ 페트병 1개를 442명이 하루 동안 사용한 양이다. 우시산도 덩달아 발전하고 있다. 우시산의 올해 매출액은 전년(약 3억2240만원)대비 347% 증가했고, 일자리도 30% 늘었다.
변 대표는 “싱가포르 항만청에도 폐플라스틱 활용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울산의 사례를 토대로 해양수산부는 인천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부산항만공사 등에도 선박 폐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사업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