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여유 있게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강경파인 존슨 총리가 번번이 하원에서 막힌 유럽연합(EU)과의 협상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가능성도 커졌다. 다만 영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협정 협상에서 ‘영국의 자랑’으로 꼽히는 공공의료서비스 국민보건서비스(NHS)를 논의 대상에 올렸다는 주장이 제기돼 향후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영국 더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12월 12일 치러질 총선에서 보수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가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에 의뢰해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조사한 결과 ‘만약 오늘 선거를 치를 경우’ 보수당은 전체 하원의원 650석 중 359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2017년 총선보다 42석이 증가한 수치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예상 의석수는 211석으로 지난 총선 대비 51석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더타임스는 제러미 코빈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이 1983년 마이클 풋 대표 이후 전후 두 번째로 최악의 패배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43석, 자유민주당은 13석, 웨일스민족당 4석, 녹색당 1석으로 예상됐다.
유고브는 7일간 10만여회의 인터뷰로 연령·성별·교육·과거 투표 성향 등을 파악해 이를 전국 632개 선거구의 연령별 분포와 개인적 특성 등에 대입해 예상 투표 결과를 도출해냈다. 유고브는 이 같은 방식으로 2017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과반의석에 실패할 것이라 예측했다. 당시 다른 조사기관은 모두 보수당의 과반을 예상했다.
크리스 커티스 여론조사 책임자는 각 정당이 그동안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에서 어떤 결정을 했는지가 유권자의 투표 방향을 결정했다며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가장 강력하게 탈퇴를 주장했던 보수당으로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보수당과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지역구가 많다는 점이 노동당의 위안거리다. 커티스 책임자는 “노동당의 유일한 희망은 보수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5% 안팎인 지역구가 약 30여개에 달한다는 점”이라며 “12월12일 선거일까지 이 격차를 좁힐 수 있다면 결과를 바꿔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시간이 촉박하다고도 덧붙였다.
영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협정 협상에서 NHS를 논의 대상에 올렸다는 주장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지도 눈길이 쏠린다. 코빈 대표가 이날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존슨 총리가 NHS를 민영화해 미국에 팔아넘길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의약품 특허권 적용기간을 늘려 의약품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빈 대표는 451쪽짜리 양국 간 무역·투자 워킹그룹의 유출 문서를 들고 왔다고 주장했다. 문서에는 양국 간 논의 내용, 영국 정부의 입장 및 평가 등을 담겼다고 한다.
코빈 대표는 또 “51쪽을 보면 영국 관료가 복제약품의 NHS 접근권을 둘러싼 특허권 이슈가 핵심 검토사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나온다”며 미국 측이 미국 기업의 특허권을 장기간 적용하기 위해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허권 적용이 길어진다는 것은 비싼 약값을 의미한다”며 “그 결과 국민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론병과 류마티스 관절염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후미라’를 예로 들며 “영국 NHS에서 한 팩에 1409파운드지만, 미국에서는 8115파운드다”라며 “미국 약값이 영국보다 평균 250퍼센트 높은 이유는 거대 제약회사들을 위해 만들어진 특허 제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보수당은 “NHS는 어떤 경우에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문서가 이미 두 달 전에 온라인 등에서 공개된 문서일 뿐이며 노동당 지도부는 반(反) 유대주의 문제, 브렉시트 정책과 관련한 공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신들에게서 주의를 돌리기 위해 이 문제를 끄집어냈다고 비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