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에 따라 정시에서 40% 이상을 선발해야 하게 된 대학들은 28일 ‘정부 지침을 검토한 뒤 입시 전형을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정부 지침을 따른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론 부작용을 우려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현재 정시 선발인원 확대와 관련해 학교 측에서 논의한 것은 없다”며 “교육부 대입 개편안을 두고 내부 논의를 거친 뒤 입시 개편안 실행 계획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고려대와 연세대도 교육부의 지침 검토 후 입장을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고려대는 “입시 전형 문제는 학교의 주요 사안 중 하나다. 교육부 발표 내용과 관련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뒤 추후 입시 전형과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연세대 관계자는 “올해 입시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정시 선발 확대와 관련된 논의를 거치지 못했다”며 “현재로선 학교 측이 별다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정시 선발 확대에 방향을 맞춘 전형이 완비되면 입장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경희대와 한양대는 “일단 정시 선발 확대 관련 전형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논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숭실대 관계자는 “우리는 정시 선발 인원이 35∼36% 선에서 유지돼 확대 폭이 크진 않다”며 “순차적으로 학생 선발 방식을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도 기존 정시 선발 비율이 35% 수준으로 높은 편이어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각 대학의 공식 입장과 달리 학교 내부에선 교육부의 갑작스런 지침 변화에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관계자는 “보통 수시보다 정시 선발 과정에서 학생들의 중도 이탈률이 높다. 대학 입장에선 학생 이탈이 많으면 정원 충원에 큰 어려움이 있다”며 “학생들이 정시 선발 과정에서 연쇄 이동을 하면서 대학 서열화를 부추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결국 대학은 교육부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이렇게 단기간에 입시 정책을 자주 바꾸면 대학과 학생, 학부모에게 혼란과 피해만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정시 확대 대상 대학들 “정시 학생이 이탈률 높은데…”
입력 2019-11-28 1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