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 ‘5·18’ 탄흔까지 복원 역사적 교훈으로

입력 2019-11-28 11:00 수정 2019-11-28 21:42

5·18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복원공사 설계초안이 나왔다. 최근 39년 만에 공개된 당시 군 보안사령부의 5·18 사진첩 13권도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은 27일 오후 ‘복원공사 설계용역 착수보고회’를 가졌다. 추진단은 사업경위·설계방향·추진일정 등을 발표한 보고회에서 건물복원 설계용역과 별도로 계엄군 총탄 흔적을 되살리는 특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5·18 탄흔은 계엄군이 민주항쟁을 벌이던 시민들을 향해 발사한 총탄이 만든 생채기다. 정권찬탈에 눈이 먼 계엄군은 옛 전남도청은 물론 전일빌딩 등 당시 대형 건물 외벽 곳곳에 움푹 파인 총탄 흔적을 남겼다. 하지만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면서 페인트로 덧칠돼 있다.
복원공사는 5·18 탄흔이 집중된 옛 도청 본관과 별관, 도 경찰국 등 6개 건물과 주변 7460㎡에서 내년 10월부터 2022년 말까지 진행된다. 전시 콘텐츠를 제외한 건축 토목 전기 등 예정 공사비는 211억원이다. 추진단은 복원공사를 위해 5월 단체와 시민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각종 자료를 토대로 고증작업을 벌이고 있다. 옛 건물의 내·외부를 최대한 과거 모습 그대로 복원하기 위해 군 보안사령부가 당시 촬영한 사진첩 13권 등도 참고한다는 방침이다. 추진단은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보안사령부)가 지난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한 5·18 사진첩을 확보해 내부 전시물 구성과 천정·바닥 등 내·외부 마감재 복원에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당시 보안사령부가 광주시민들의 폭력성을 부각시킬 목적으로 촬영한 사진자료가 역설적으로 계엄군 만행을 후대에 전하게 될 최후 항쟁지 복원공사에 활용되는 것이다.
도청 본관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과정에서 만든 승강기와 공조·전시 시설을 철거하고 상황실 등 5·18 당시 항쟁공간을 고증에 따라 복원한다. 도청 별관 1~2층은 문화전당 소통공간으로 활용하고 3~4층만 복원한다. 도청 본관과 별관, 도 경찰국을 잇던 연결통로도 되살린다.
추진단은 내년 3월까지 2차례의 설계 자문협의와 5월 단체 등의 의견수렴을 통해 설계초안을 수정·보완하고 연말 안에 안전진단 조사와 도시계획시설 변경인가 절차를 밟는다.
옛 도청 복원사업은 지난 2015년 해당 부지에서 문을 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개관을 계기로 옛 도청 건물을 대부분 철거하고 들어선 ‘5·18민주평화교류원’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논의됐다. 당시 시민군들이 활동한 공간을 그대로 복원해달라는 5월 단체와 시민단체들의 거듭된 요청을 정부가 전격 수용해 우여곡절 끝에 복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김도형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장은 “문화전당 건립과정에서 옛 모습이 훼손됐지만 늦게나마 원형을 복원하게 다행”이라며 “5·18의 심장부였던 건물 외형 못지않게 내부 전시 콘텐츠도 중요한 만큼 박제화 된 공간보다는 깊은 교훈과 감동을 주는 역사적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