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40% 못 박은 정부, 서울대 고려대 ‘발등의 불’

입력 2019-11-28 10:00

교육부가 28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 16곳의 정시비중을 ‘40% 이상’으로 못 박으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영향력은 대폭 강화된다. 수시에서 수능은 최저학력기준으로 활용되며, 수시에서 뽑지 못하고 정시로 이월하는 인원으로 실질 비율은 45% 안팎으로 예상된다.

또 이들 대학은 대입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에 다른 대학의 대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입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위주인 수시와 수능 위주 정시가 6대 4 내지는 5.5대 4.5로 단순화될 전망이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대학은 서울대와 고려대다. 서울대는 정시에서 예전보다 배가량 더 뽑아야 한다. 서울대는 그동안 학종을 늘리고 정시를 줄여왔다. 정시비중이 2020학년도는 20.4%, 2021학년도는 21.9%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학종으로 선발했다. 지난해 대입개편에서 ‘정시 30%룰’(모든 대학이 정시 30% 이상 선발)로 결론이 나자 2022학년도 30.3%로 늘렸다. 2023학년도에 이를 40%까지 늘리도록 정부로부터 압박을 받게 됐다. 사실상 10년 전인 2010학년도(정시 42.1%)로 돌아가는 것이다.


고려대는 ‘꼼수의 대가’를 치를 듯하다. 고려대는 2020학년도에 학종 62.3%, 학생부교과로 9.6%, 정시로 16.2%로 뽑는다. 정시 30%룰이 적용되는 2022학년도에 앞서 2021학년도에 학종 47.5%, 학생부교과와 수능을 각각 27.8%, 18.4%로 바꿨다. 지난해 대입개편에선 학생부교과를 30%뽑으면 정시 30%룰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을 뒀다. 비수도권 대학을 배려한 규정이다. 고려대는 학생부교과에서 ‘내신 성적+면접 전형’을 시도, 변종 학종 논란을 일으켰고, 정부로부터 강력한 경고를 받았다. 정시 30%를 빠져나가려다 18.4%에서 40%까지 단번에 정시를 올려야 할 처지다.

연세대를 비롯해 다른 대학들은 대부분 2021학년도에 정시 30% 수준으로 맞춰 놨다. 한국외대의 경우 2021학년도 정시 모집인원이 38.7%여서 미세조정만 하면 된다.

이들 16개 대학의 정시비중 변화는 다른 대학의 입시 방식에도 연쇄반응을 일으킬 전망이다. 학생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서울권 대학으로 학생이 몰리는 경향은 점점 뚜렷해지는 추세다. 서울 16개 대학의 정시 기회가 확대되므로 다른 수도권 대학이나 비수도권 대학은 수시이월인원이 현재보다 증가해 결과적으로 정시 비율이 현재보다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재 고1은 내년 4월로 예정된 2022학년도 대학별 전형계획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만 정시비중을 30.3%로 미리 발표했지만 다른 대학들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상당수 대학이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40% 수준으로 늘릴 것으로 보인다. 학교 내신 성적으로 이들 대학에 진입하기 어려운 학생들은 이번 겨울방학부터 수능위주 학습 패턴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재수생 증가가 변수다. 학생 수가 줄어들고 정시 모집이 늘어났다. 의대와 약대 입학 정원도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재학생들에게 정시의 문이 넓어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중3 이하 학년도 영향을 끼친다. 정시 40% 이상이 확정되는 현 중3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특수목적고 폐지 직전 학년인 초등학교 5학년까지는 자사고나 교육 특구 일반고 지원 경향이 뚜렷해질 수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