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성추행’ 몽골 헌법재판소장, 귀국 직후 보직 해임

입력 2019-11-27 17:58 수정 2019-11-27 18:00
여객기 기내에서 여성 승무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아 경찰 조사를 받은 드바야르 도르지 몽골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7일 인천 남동구 인천지방경찰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기내에서 여성 승무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약식 기소돼 벌금을 선납한 몽골 헌법재판소장이 보직에서 해임됐다.

몽골 헌법재판소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오드바야르 도르지(Odbayar Dorj·52) 몽골 헌법재판소장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몽골로 출국한 도르지 소장은 다음 날 몽골 헌법재판소장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 헌법재판소는 회의를 열고 이 사직서를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인천지검 외사부(양건수 부장검사)는 지난달 31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 내에서 여성 승무원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 및 항공보안법 위반)로 도르지 소장을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약식기소는 벌금이나 몰수 등 재산형을 선고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검찰이 판단해 법원에 청구하면 공판절차 없이 약식명령만으로 형을 내릴 수 있는 간소한 절차다.

검찰은 도르지 소장을 벌금형에 약식기소하기로 결정한 뒤 보관금 명목으로 700만원을 미리 내게 하고서 이날 그의 출국 정지를 해제했다. 보관금은 외국인이 자국으로 출국했을 때 벌금을 강제집행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대비해 선납 형식으로 미리 받는 돈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이 운항 중인 기내에서 발생했고 피의자가 범행 직후 면책특권을 주장하며 조사를 회피하려 했다”며 “다른 승객의 안전 운항을 저해한 점 등도 고려해 벌금 액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도르지 소장은 사건 발생 하루 뒤인 지난 1일 첫 조사 때 “뒷좌석에 앉은 다른 몽골인이 승무원을 성추행했는데 자신이 오해를 받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가 지난 6일 2차 조사 때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들이 그런 주장을 했다면 (내가) 술에 취해 그랬을 수는 있다”면서도 끝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