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테두리 밖에 있던 가사노동자가 처음으로 정규직원이 된다. 플랫폼업체가 가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겠다며 정부에 규제 완화를 신청해 이뤄진 조치다.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가사도우미를 정규직으로 고용해 파견하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에서 7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로 홈스토리생활이 가사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수 있도록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홈스토리생활은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인 ‘대리주부’를 운영하는 업체다.
규제 샌드박스는 제품과 서비스를 시험·검증하는 동안 제한된 구역에서 규제를 면제해주는 ‘실증특례’와 일시적으로 시장 출시를 허용해주는 ‘임시허가’로 구분된다. 홈스토리생활은 이날 1000명의 직접 고용을 전제로 실증특례를 받아 이 기반의 가사서비스가 가능해졌다. 가사근로자는 근로계약 내에서 근로시간 및 휴가시기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파견법상으로도 중개업체에 대한 근로자파견사업 형태의 허가가 어려웠다. 현행 근로기준법 11조는 가사노동자에 법 적용을 하지 않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사노동자는 4대 보험이나 퇴직금 등을 받지 못했다.
불안정한 가사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은 2년째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2017년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고, 가사근로자는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을 적용받는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홈스토리 생활이 받은 실증특례와 해당 법안이 동일한 내용인 만큼 특례 부여를 반색하는 분위기다. 직접 고용 기반 가사서비스가 가능해짐으로써 가사근로자의 권리가 향상되고, 이용자에게 고품질의 가사서비스 제공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대표는 “지난 5년간 수만명의 가사근로자들과 함께하면서 낙후된 시장 구조, 계약 관계, 가사근로자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며 “가사도우미를 비롯해 플랫폼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직접 고용이 이루어지더라도 가사근로자의 특성에 맞게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은 과제로 남았다. 심의위는 호출 근로 특성을 고려할 때 사전에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근로기준법 일부 규정을 ‘실제 근로시간 기준’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가사근로자 직접고용 및 근로기준법 탄력적용을 내용으로 한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편 가사서비스의 내년 시장 규모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노동이 세계적으로 커지는 분위기에서 고용형태가 기업과 사회의 요구에 따라 다양해질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첫 사례”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