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혐오 난무… ‘男사관생도 단톡방 사태’ 인권위 진정

입력 2019-11-27 17:24 수정 2019-11-27 18:22
군인권센터

군인권센터가 ‘국군간호사관학교 남자생도 단톡방 성희롱’ 사건 피해자를 대리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고 직권조사를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인권위에 성희롱 및 혐오표현,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을 사유로 진정을 제기했다고 27일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두둔하는 학교에서 2차 가해의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인권위가 이 사건 직권조사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간호장교가 될 생도들이 일상적으로 참담한 성희롱과 혐오표현을 일삼았지만 국간사는 아직도 문제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학교와 생도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내려지지 않으면 우리 군에서 성차별, 성폭력 문제 해결은 요원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국간사 뿐 아니라 장교를 양성하는 각 군 사관학교 내 성희롱, 차별, 혐오표현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진단과 권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군간호사관학교 남자생도들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여자생도들과 훈육관 등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60~62기 남자생도들은 단톡방에서 “훈육관님 보리둥절(여성 성기와 어리둥절을 합친 용어)” “XXX(욕설) 말하는 꼬라지 하고는” “XX(욕설), 어째 화장으로 여드름 자국이 안 지워지노” 등 성희롱, 혐오 발언을 했다.

동기 여생도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클럽에서 엉덩이를 비비는 게 백배 낫겠다” “회음부 간호 X되게 하겠네” 같은 말을 했다. 일부 여생도의 페미니즘 관련 발언을 캡처해 “페미에 취한다” “보이루” 등의 여성혐오 발언을 했다. 또 여성 훈육관들을 향해서도 “훈육관 이X들은 저질러놓고 뒤처리는 우리가 다 한다” “꼬추도 아니고” 등 모욕적 발언을 했다.

군인권센터는 학교 대처도 꼬집었다. 상황을 접수하고도 묵인하고 방조했다는 것이다. 피해 여생도들은 단톡방 대화 내용과 고발장을 갖고 3학년 담당 훈육관인 송모 소령을 찾아가 신고했지만 “동기를 고발해 단합성을 해치려는 너희가 괘씸하다”는 말을 들었다. 단톡방 캡처 이미지를 보여주자 “보고 싶지 않다”며 돌려보냈다. 여생도들은 단톡방에 이름이 언급된 피해 생도를 중심으로 학내 자치위원회인 명예위원회에 해당 사건을 정식 신고했고 그제서야 사건이 훈육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었다.

하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군인권센터는 “훈육위원회에서 주요 가해자로 지목된 11명 가운데 퇴교를 심의하는 교육위원회에 회부된 것은 3학년생도 3명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퇴교는 단 1명에 그쳤고, 나머지 2명은 근신 처분을 받았다”며 “주요 가해자 중 1명은 최근 폭행사건으로 근신 징계를 받았는데 이번에도 근신 징계를 받았다. 이 학생이 국군간호사관학교의 유력 외래교수의 아들이라는 점이 강력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군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게 될 예비 장교들이 저열한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여군 환자들을 성적 대상화하며 성폭력, 성희롱을 하지 않을 보장이 없다”며 “범죄자들을 두둔하고 피해자들을 2차 피해 속에 방치한 국군간호사관학교장 권명옥 준장 이하 관련 훈육진을 즉각 보직해임하고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국군간호사관학교는 “사건을 은폐·무마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규정에 따라 처벌했다”고 해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