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단식’ 비판 심상정, “물러가라” 항의 속 黃텐트 1분 방문

입력 2019-11-27 16:57 수정 2019-11-27 18:25
심 대표 “찾아뵙는 게 도리”…한국당 의원들 “비판도 선이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7일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의 거센 항의와 경찰의 경호 속에 8일째 단식 중인 황교안 대표를 만나기 위해 천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가 어디라고 와.” “물러가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7일 오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중인 청와대 앞 몽골텐트 근처에 모습을 나타내자 주변에 있던 한국당 지지자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고함을 치며 야유했다.

심 대표는 황 대표 단식 7일째이던 지난 26일 의원총회에서 “제1야당 대표라고 해서 법을 무시한 황제단식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었다.

경찰이 충돌을 막기 위해 폴리스 라인을 쳤지만, 일부 지지자들은 심 대표를 에워싸고 옷자락을 잡아끌며 거칠게 항의했다. 한 여성은 항의 과정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다 넘어져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심 대표 일행은 경찰의 호위를 어렵사리 천막에 도달했지만, 이들을 맞는 한국당 의원들의 표정 역시 싸늘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7일 단식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나기 위해 천막으로 들어가기 전 한국당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 대표는 천막 안으로 들어가 1분가량 머물고 나왔다. 심 대표는 “황 대표님이 주무시고 계셔서 얼굴만 뵙고 나왔다. 기력이 없어서 주무시는 것 같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황 대표 단식을 두고 ‘황제단식’으로 표현한 데 대해 사과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정치적 비판은 비판이고, 단식으로 고생하고 계시는데 찾아뵙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서 왔다. 정치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답했다.

심 대표가 돌아가 뒤 농성장을 지키던 한국당 의원들은 일제히 ‘황제단식’ 발언을 성토했다.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심 대표가 들어가기 전 김도읍 비서실장과 만났다. 김 실장은 (심 대표에게) ‘인간적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아무리 우리나라 정치가 수준 이하로 떨어졌어도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 하지 않느냐’며 단식을 비하·조롱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심 대표가 (천막 안으로) 들어가서는 거의 말씀이 없었고, ‘대표님, 건강 잘 챙기시라’는 말을 간단히 했다”고 설명했다. 강효상·박대출 의원은 “비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정치적 비판은 하되 조롱하고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심 대표에게) 분명히 말했다”고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7일 청와대 앞 천막에 8일째 단식 중인 황교안 대표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 의원들에 따르면 단식 8일 차를 맞은 황 대표는 건강 상태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태에서도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박대출 의원은 “단백뇨가 시작된 게 사흘째다. 신장 부분이 많이 걱정된다”며 “여러 가지로 한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연 뒤 의원들과 함께 농성장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는 황 대표를 만난 뒤 “병원에 가시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지만, 대표는 ‘(단식을) 조금 더 이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결국 병원에 가시는 것을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