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디라고 와.” “물러가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7일 오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중인 청와대 앞 몽골텐트 근처에 모습을 나타내자 주변에 있던 한국당 지지자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고함을 치며 야유했다.
심 대표는 황 대표 단식 7일째이던 지난 26일 의원총회에서 “제1야당 대표라고 해서 법을 무시한 황제단식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었다.
경찰이 충돌을 막기 위해 폴리스 라인을 쳤지만, 일부 지지자들은 심 대표를 에워싸고 옷자락을 잡아끌며 거칠게 항의했다. 한 여성은 항의 과정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다 넘어져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심 대표 일행은 경찰의 호위를 어렵사리 천막에 도달했지만, 이들을 맞는 한국당 의원들의 표정 역시 싸늘했다.
심 대표는 천막 안으로 들어가 1분가량 머물고 나왔다. 심 대표는 “황 대표님이 주무시고 계셔서 얼굴만 뵙고 나왔다. 기력이 없어서 주무시는 것 같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황 대표 단식을 두고 ‘황제단식’으로 표현한 데 대해 사과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정치적 비판은 비판이고, 단식으로 고생하고 계시는데 찾아뵙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서 왔다. 정치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답했다.
심 대표가 돌아가 뒤 농성장을 지키던 한국당 의원들은 일제히 ‘황제단식’ 발언을 성토했다.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심 대표가 들어가기 전 김도읍 비서실장과 만났다. 김 실장은 (심 대표에게) ‘인간적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아무리 우리나라 정치가 수준 이하로 떨어졌어도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 하지 않느냐’며 단식을 비하·조롱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심 대표가 (천막 안으로) 들어가서는 거의 말씀이 없었고, ‘대표님, 건강 잘 챙기시라’는 말을 간단히 했다”고 설명했다. 강효상·박대출 의원은 “비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정치적 비판은 하되 조롱하고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심 대표에게) 분명히 말했다”고 했다.
한국당 의원들에 따르면 단식 8일 차를 맞은 황 대표는 건강 상태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태에서도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박대출 의원은 “단백뇨가 시작된 게 사흘째다. 신장 부분이 많이 걱정된다”며 “여러 가지로 한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연 뒤 의원들과 함께 농성장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는 황 대표를 만난 뒤 “병원에 가시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지만, 대표는 ‘(단식을) 조금 더 이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결국 병원에 가시는 것을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