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 받던 ‘서울로 7017’의 반격…놀고먹을 곳 장착했다

입력 2019-11-27 16:25
관람객들이 27일 서울 중구 중림동에 새로 지어진 문화시설 '중림창고'를 구경하고 있다. 오주환 기자

27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에서 약 200m 떨어진 중구 중림동 성요셉아파트 오르막길. ‘서울로 7017’로부터 걸어서 10분 거리인 이곳에는 계단 모양의 회색 콘크리트 건물 ‘중림창고’가 들어서 있었다. 기존에 줄지어 섰던 누더기 창고를 허물고 그 자리에 기존 창고 모양을 본뜬 깔끔한 건물을 지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시, 기념품 판매가 이뤄질 새 문화공간”이라며 “누구든 지나가다가 한 번씩 들르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시는 서울로 7017 주변 새로 지은 시설들을 이날 공개했다. 중림동 외에도 남대문시장 아래쪽 회현동, 용산구 서계동에 문화시설과 카페들이 문을 연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서울로 7017 효과를 주변으로 확산시키는 게 이 지역 도시 재생사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로 7017은 낡은 고가도로를 사람길로 재단장한 서울역 주변 랜드마크다.

서울 중구 중림동에 방치돼 있던 옛 중림창고 사진. 언덕을 따라 줄지어 서 있다. 오주환 기자

중림창고 주변은 옛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깔끔하게 정비했다. 약 50년 전 지어진 베이지색 저층 아파트 성요셉아파트가 중림창고 건너편에서 빛바랜 ‘방앗간’과 ‘피아노학원’ 간판을 여전히 내걸고 서 있다. 반면 불법 자재창고로 방치돼오던 옛 중림창고는 새 건물이 됐다. 누더기옷처럼 얼룩덜룩 때가 탄 벽면과 그 벽 사이를 기운 나무판자가, 서소문공원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단정한 건물로 대체됐다.

중림창고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 매달 이슈가 되는 책의 저자를 초청하고 맥주와 함께 책을 읽는 ‘심야책방’, 책·라이프스타일·브랜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심야살롱’ 프로그램이 우선 계획돼 있다.

창고로 오는 길도 닦았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뒤엉킨 길을 보도블럭으로 바꿨다. 으슥하고 생선 비린내가 심한 중림시장 주변을 정리해 쾌적하게 바꿨다.
중림창고에서 내려다 본 서소문공원 전망. 오주환 기자

서울로 7017의 진입로 격인 중림로에는 SNS 유명 음식점과 카페가 줄지어 서 있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정비소와 자재창고, 낡은 식당이 모여있던 곳이다. 중림로에서 이어지는 만리재길도 비슷했다. 주택을 개조한 개성 있는 식당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2년 전 ‘한국형 뉴욕 하이라인 파크’를 본 따 개장한 서울로 7017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았다. 애초 기대보다 녹지가 많이 형성되지 않은 데다, 놀 거리가 없다는 게 뼈아팠다.

하지만 주변 상권이 살아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놀 거리에 앞서 먹거리가 자리 잡으면서 점차 입소문을 탔다. 서울시는 이번 문화시설·카페 개장이 놀 거리 보강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로 7017과 맞닿은 중림동 손기정 체육공원도 재단장한다. 내년 6월 준공, 공원의 상징성 회복이 목표다. 아울러 주민 공모‧기획을 통한 지역축제, 서울로 팝업스토어 같은 ‘주민 주도식’ 도시재생을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로 7017 주변 도시재생 거점시설 위치도> <자료: 서울시>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