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볼턴 필요없다”→“그는 애국자” 돌변 이유는?

입력 2019-11-27 14:56 수정 2019-11-27 14:57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5월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뒤편에 서있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필요 없다’며 전격 경질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을 ‘애국자’로 추켜올렸다.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된 자신의 탄핵 정국에서 볼턴 전 보좌관이 보복 증언을 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워싱턴 DC 늑대들과 가짜뉴스 언론들은 의회 증언을 강제당한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며 “존 볼턴은 애국자이고 (우크라이나가) 부패한 국가라서 내가 원조금을 보류한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컬럼비아 특별구 연방지방법원은 전날 전·현직 고위 관료들은 의회의 소환장에 응해야 한다며 백악관은 증언을 금지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증언을 강제당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이에 따른 것이다. 특히 법원 판결에 따라 사이가 틀어지며 결별한 볼턴 전 보좌관의 ‘보복 증언’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도널드 맥갠 전 백악관 법률고문의 존경받는 변호사는 이미 내가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릭 페리 에너지 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탄핵조사 사기에 대해 증언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애국자’ 발언은 지난 9월 그가 볼턴 전 보좌관을 경질할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트위터에 “백악관에 더는 필요 없다”며 경질했다. 이후 두 사람을 서로를 향해 날선 발언을 해왔다.

볼턴 전 보좌관은 최근 지난 22일 2개월여 만에 트위터에 글을 올려 트럼프 대통령 측을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백악관이 부당하게 트위터 활동을 막았다고 주장하며 “내가 말할지도 모를 것이 두려워서?”라고 썼다. 그는 23일에도 “미국이 직면한 중대한 국가안보 문제에 대해 다시 논의해보자”라며 “이제 다시 말할 시간이다!”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탄핵조사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압박한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의 입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가 미국 외교·안보 정책을 관장해 대통령에게 전하는 핵심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지원을 대가로 자신의 정적인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부통령과 그의 아들에 대한 수사를 압박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관련 주요 인사들과 수차례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탄핵조사를 주도하는 민주당의 애덤 시프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지난 24일 CNN방송에 볼턴 전 보좌관을 향해 “청문회에 이미 출석한 피오나 힐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유럽·아시아 담당 선임 국장 등 다른 인사들처럼 증언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며 청문회 증언을 촉구했다. 악시오스는 “볼턴 전 보좌관은 모든 회의를 열심히 노트에 기록한 사람”이라며 “그가 탄핵 조사의 가장 큰 와일드카드”라고 전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