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수당의 지급 대상을 놓고 기준이 달라 충북도와 농민단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도는 재정 형편을 고려해 영세농가에만 지급한다는 방침인데 농민단체들은 농민들에게 일괄적으로 동일하게 줘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전국농민총연맹 충북도연맹 등 15개 단체로 구성된 ‘충북농민수당 주민 발의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농민수당 조례 주민발의에 필요한 청구인 명부를 27일 충북도에 제출했다.
추진위가 제출한 명부에는 2만4000여 명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례 주민발의에 필요한 청구인 최소 요건은 총 유권자의 1%(1만3289명)이다.
추진위는 이날 도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충북도가 농가 기본소득보장제를 도입하겠다는 터무니없는 발표를 해 더 많은 서명을 받기보다는 지금까지 모인 도민의 뜻을 전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도의회는 도가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충북형 농가 기본소득보장제에 대한 예산 전액을 삭감해야한다”며 “충북도와 도의회는 농민수당 도입을 위한 실무협의 기구를 즉각 설치하라”고 주장했다.
추진위가 만든 조례안의 핵심 내용은 충북도가 재원을 확보해 월 10만원의 농민수당을 대상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는 것이다. 충북 도내 시·군에서만 사용한 가능한 수단으로 지급해야한다. 도내 농민 7만5000명에게 월 1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려면 연간 9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도는 앞으로 열흘간 추진위가 제출한 청구인 명부에 이상이 없는지 등을 확인한 뒤 24일 이내에 조례·규칙 심의회를 열 예정이다. 심의회에서 조례안이 수리되면 60일 이내에 의회에 제출해야 하고, 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조례 제정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도는 농민단체가 요구하는 농민수당 도입에 여전히 난색을 보였다. 대신 영세 농민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보장제 사업 추진을 고수하고 있다.
도는 내년부터 전국 최초로 농업소득이 영세한 농가에 차액을 지원해주는 ‘충북형 농가 기본소득보장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기본소득보장제는 농업경영체 등록 농가 중 경작 면적이 0.5㏊ 미만이면서 연간 농업소득이 500만원 이하인 영세한 농가에 한해 최저 50만원부터 최대 120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도는 수혜 농가가 4500여 가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사업비는 도비 10억4700만원, 시·군비 24억4300만원 등 총 34억9000만원이다.
도 관계자는 “기본소득보장제는 농업소득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차액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라며 “일부 지자체에서 전체 농가에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의 농민수당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회 심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농민수당 조례 관련 후속 절차를 진행 하겠다”고 전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