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이란 정부가 유가인상 항의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강경진압에 나선 데 대해 ‘정부의 시위탄압’ 디지털 증거를 2만건 확보했다고 밝혔다. 인권 박해에 책임 있는 이란 관료들에 대해서는 계속 제재하겠다고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탄압(abuses)하고 있다는 (사진과 동영상 등) 디지털 증거 2만여점을 국무부가 확보했다”며 “이란 정부는 시위대의 불만에 응답하기 보다는 폭력으로 맞서고 외부인들을 비난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같은 인권 박해에 책임이 있는 이란 관료들에 대해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2일 트위터에 “이란 시위대들은 동영상과 사진 등 이란 정부의 시위대 탄압 관련 정보가 담긴 문서를 보내달라”며 “미국이 이를 폭로하고 제재할 것이다”라고 영어와 페르시아어로 올린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이란의 인터넷 폐쇄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이란) 정권은 지난주 시위의 진실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인터넷을 폐쇄했다”며 "나는 이란인들에게 이란 정권의 박해를 폭로하고 제재할 수 있도록 그들의 메시지를 미국과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이란 시위는 정부가 지난 15일부터 휘발유 값을 리터당 1만리알(약 100원)에서 1만5000리알(약 150원)로 인상하면서 이뤄졌다. 기름값은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경제 악화로 대부분 무허가 택시를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이란 서민들에게는 치명적이다. 특히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정부 시절 이란과의 핵합의를 파기한 뒤 경제재재를 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란 정부는 시민들의 시위를 폭동이라고 주장하며 실탄을 쏘는 등 강경 진압하고 있다. 비정부기구 국제엠네스티는 25일 성명을 내고 “우리가 받은 믿을 만한 제보에 따르면 적어도 14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일 발표보다 37명 증가한 수치다. 엠네스티는 “사망자는 대부분 (이란 보안군의) 총기 사용으로 인해 발생했다”며 “최루가스를 마시거나 구타를 당해 숨진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위 확산을 막겠다며 인터넷을 차단했는데,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2일 모하마드 자바드 아자리 자흐로미 이란 정보통신 장관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과 반(反)이란 성향 지역 국가가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개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은 이란의 적들이 이란 자국민 보호를 위해 세워둔 ‘레드라인(한계선)’을 넘는다면 괴멸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