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언제든 본회의 상정 및 표결 처리가 가능한 상태가 된 것이다. 여야의 전운도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 부의된 선거법 개정안은 ‘의원 정수 300명 유지’ ‘지역구 의석수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28석 축소’ ‘비례대표 의석수 47석에서 75석으로 28석 확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연동률 50%) 도입’ 등이 골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법과 사실상 연동돼 있는 검찰개혁 법안이 다음달 3일 본회의로 넘어오면 이들 패스트트랙 법안을 정기국회 종료(12월 10일) 전에 처리한다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일(12월 17일) 전에는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지정 때부터 몸으로 막은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이번에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안 처리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황교안 대표가 “죽음을 각오하겠다”며 8일째 단식 중인 상황도 큰 변수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국회 본관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대응 방식과 수위 등을 논의한 뒤 단체로 버스를 타고 황 대표 단식 농성장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저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검토하겠다”며 “의원직 총사퇴부터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이르기까지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당 일각에서도 협상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공수처법 양보’를 지렛대로 선거법 협상에서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목표로 내세우기는 했지만 여야간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이런 내부 분위기가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일단 검찰개혁 법안의 본회의 부의 전까지 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합의안 도출을 위해 집중적인 협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매일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추진하고 당 대표 차원의 협상 진행도 모색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앞으로 일주일이 국회의 모든 지도자가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결정적 순간”이라며 “모든 야당에 일주일간의 집중 협상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는 국회법에 따라 표결 처리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이른바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 채널을 가동하고 의결정족수 확보 작업에도 들어갔다.
공수처법은 현재 의결정족수가 확보됐다는 판단이지만, 선거법의 경우 지역구 축소 등 문제로 군소 야당 간에도 이해관계가 달라 조정이 필요한 상태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