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촉망받는 배우 아델 에넬(30)이 10대 초반 시절 영화감독 크리토프 뤼지아(54)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며 그를 경찰에 정식 고소했다.
복수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에델은 26일(현지시간) 파리 근교 낭테르의 경찰 성범죄수사부서를 직접 찾아가 뤼지아 감독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에델은 프랑스의 오스카로 불리는 세자르 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2015년)과 여우조연상(2014년)을 모두 수상한 배우로, 프랑스의 차세대 연기파 배우 중 한명으로 꼽힌다.
에델은 이달 초 탐사보도매체 메디아파르에 2002년 자신이 13세일 때 뤼지아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악마들’(Les Diables)에 처음 출연한 뒤 뤼지아의 집과 국제영화제 참석 자리 등에서 수년간 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당초 에델은 프랑스에서 여성에 대한 성추행 사건이 수사에서 기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너무 적다면서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었지만, 입장을 바꿨다.
에델은 “공인으로서 사법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해 고발했다”며 “수사가 시작됐으니 피하지 않고 모든 힘을 다해 끝까지 가보겠다”고 메디아파르에 밝혔다.
뤼지아 감독은 에델이 언론에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직후에는 자신의 행동을 부인하다가 “애정을 표현한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이었을 줄은 몰랐다”고 사과했다.
에델의 메디아파르 인터뷰는 프랑스 영화계에서 ‘미투’(#metoo) 운동을 다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또, 드레퓌스 사건을 다룬 역사물 ‘장교와 스파이’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86)에 대한 비판론을 불러일으키는데도 한몫을 했다.
폴란스키는 197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3세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유죄 인정 조건부 감형 협상(플리바게닝)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듬해 미국을 떠나 40년 가까이 도피 중이다.
사진작가 발랑틴 모니에는 지난 8일 일간 르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10대 때 폴란스키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고 “프랑스의 예술계와 지식인이 무조건 폴란스키를 지지해왔다”고 비판했다.
폴란스키의 신작 개봉을 앞두고 그의 성범죄 전력과 의혹이 다시 거론되자 예정됐던 출연 배우들의 방송과 잡지 인터뷰가 줄줄이 취소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