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2에서 승격에 도전할 팀이 이번 주말 결정된다. 부산 아이파크(2위)는 30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FC 안양(3위)과 K리그2 플레이오프 단판 승부를 벌인다.
올 시즌 두 팀을 이끈 건 부산의 이동준(22)과 안양의 조규성(21)이다. 우측 공격수 이동준은 프로 3년차에 13골 7도움의 활약을 펼쳤다. 스트라이커 조규성도 데뷔 시즌 14골 4도움을 올렸다. 22세 이하(U-22) 대표팀에 소속돼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바라보고 있는 두 선수는 나란히 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에도 올랐다. 대표팀 동료지만 소속팀에선 서로를 넘어야 승격도, MVP도 바라볼 수 있는 얄궂은 운명이다.
이동준은 올 시즌 지난해(4골 1도움)보다 공격포인트를 4배로 늘렸다. 전 경기 출전에 대부분 선발이었다. 데뷔 후 주로 교체로만 활용돼 뛰고 싶은 의지가 강했던 데다, 대표팀에서 해외 리그·K리그1 소속 선수들과 경쟁한 것도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다.
이동준은 25일 통화에서 “워낙 장점이 많고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선수들과 뛰다보니 자극이 많이 됐다”며 “매 훈련 최선을 다하게 된 이유”라고 밝혔다.
2019 두바이컵도 큰 경험이 됐다. 이동준은 13일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헤딩 선제골을 넣으며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17일 이라크전에서는 대회 2번째 득점도 올렸다. 피지컬이 월등한 외국 선수들과 부딪치면서 깨달은 바도 크다.
이동준은 “골문 앞 마무리 능력을 보완해야 장점인 스피드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며 “사디오 마네(리버풀)나 라힘 스털링(맨체스터 시티)의 영상을 보며 경기에서 활용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은 지난 2년 간 승강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매년 고배를 마셨다. 2전 3기의 도전. 이동준은 간절하다. 그는 “무조건 올라가야 한다. 지난 2년 무작정 열심히 뛰었다면 올해는 책임감까지 든다”며 “무승부만 해도 올라간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이길 각오로 뛰겠다”고 밝혔다.
이동준은 조규성의 장점으로 포스트 플레이와 배후 침투를 꼽았다. “규성이는 정말 성실하고 최선을 다 하는 선수에요. 훌륭한 시즌을 보냈죠. MVP는 이긴 팀 선수가 받지 않을까요.” 덕담을 건네는 그에게 그래도 공격포인트가 많아 유리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제가 공격포인트가 더 많긴 하죠.” 이동준은 웃으며 그렇게 덧붙였다.
조규성은 도전자의 입장이다. 고교 시절까지 눈에 띠는 선수가 아니었던 그는 올해 계속해서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고 두바이컵에선 골까지 넣었다. 안양에선 왕성한 활동량으로 팀의 창단 첫 플레이오프행을 이끌었다.
23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조규성은 두바이컵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는 “김형열 (안양) 감독님이 ‘하던대로 편하게 하면 됐는데 몸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고 하셨다. 저도 모르게 긴장이 돼 그랬던 것 같다. 상대 팀들이 강팀도 아니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래도 사우디전에서 대표팀 마수걸이 골을 넣었을 땐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한다.
대표팀을 경험하며 조규성은 몸싸움과 포스트 플레이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김학범 U-22 대표팀 감독도, 김형열 감독도 ‘스트라이커가 공을 지켜줘야 수비가 부담을 덜 수 있다’며 그를 채찍질했다. 조규성은 “성장을 위해 보완할 부분이지만 잘 안 돼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 시간에 따로 피트니스를 통해 몸을 단련할 정도다.
조규성에겐 MVP 후보가 된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 그는 “동준이 형을 만나 장난으로 미리 축하한다고 했다. (형과 함께) 후보가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기대도 크게 안 한다. 기대하면 플레이도 더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조규성은 다만 안양의 전력엔 자신감을 보였다. 부산보다 순위는 낮았지만 올 시즌 맞대결에선 1승 2무 1패로 팽팽했다. “부산만 만나면 자신있게 했어요. 하던 대로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요. 잘 준비해보겠습니다.”
안양=글·사진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