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지소미아 ‘사죄’ 논란 계속… 日 수위 낮췄지만 사죄 부인

입력 2019-11-26 17:47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태국 방콕의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정부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 이후 일본 경제산업성의 왜곡된 발표 내용을 둘러싼 ‘사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일본 외무성 차관의 사과 메시지 전달을 언급한 뒤 가지야마 경제산업상은 26일 논란과 관련해 “외교상 문제이니 코멘트를 삼가겠다”고 밝혔다. 전날 “사죄 사실이 없다”던 태도에서 한발 물러났다.

하지만 이날 오후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일본 측에서 사죄한 사실이 없다”고 다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사죄를 받았다”는 한국 정부의 설명과 배치돼 양국 간에 이 문제를 놓고 진실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한국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연기 결정이 양국에서 발표된 22일 오후 9시가 넘어 외교부는 주한일본대사관 정무공사를 불러 들였다. 이날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연기 결정을 두고 경산성이 ‘반도체 관련 3개 품목 수출 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당장 변화는 없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외교부는 일본 정무공사에게 합의내용과 다른 일본 정부의 입장이 보도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일본 정무공사는 경산성의 발표에 대해 “죄송하다”는 표현과 함께 사과하는 동시에 이는 정무공사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일본 외무성 차관의 메시지라고 밝혔다는 것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언론에 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연기 결정 후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24일 일본 언론에 보도되자 청와대는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의 비판에 대해 일본 측이 부인하자 청와대는 “일본 측은 분명히 사과했다”며 “일본 측이 사과한 적이 없다면 공식 루트를 통해 항의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 측 발표내용이 실제와 다르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한 데 대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별도의 입장을 전해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죄 논란에 대해 일본은 청와대 자국 여론 때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일본 외무차관의 사죄 메시지 전달이 보도된 이후 가지야마 경산상은 26일 “항의를 하고, 사죄(사과)를 했다는 이야기에 대해선 외교상의 문제도 있어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날 사죄 사실은 없다며 단언하던 것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외무성 차관의 메시지’라면서 사죄했다는 한국 측 보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지야마 경산상은 22일 발표에 대해 “양국이 (미리)조정 한 것”이라는 주장을 고수했다. 또 한국과 일본이 재개하기로 한 국장급 정책 대화와 관련해 “재개 이외에 합의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이날 “일본 정부가 사죄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사죄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국 정부가 지목한 외무성의 수장이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한 것이어서 진실 공방은 예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테기 외무상도 “한·일의 보도에 각각 차이가 있다는 걸로 이해한다”면서 “강경화 장관을 만났을 때도 말했지만 (사죄를) 했다 안했다보다 중요한 건 수출관리 조치에 대해 제대로 협의하는 것”이라며 발언의 톤을 낮췄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