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엄홍길, 성공보다 먼저 떠올린 실패 그리고 동료

입력 2019-11-27 04:00 수정 2019-11-27 09:44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26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대한체육회 주관으로 열린 2019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 헌액식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히말라야 16좌를 완등한 순간이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로 기쁘고 행복한 날입니다.”

산악인 엄홍길(59) 대장이 2019년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됐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6좌를 모두 정복한 산악인이지만, 실패를 반복한 순간들을 먼저 떠올리며 동료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엄 대장은 26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대한체육회 주관으로 열린 스포츠 영웅 헌액식에서 “2007년 5월 31일 오후 6시50분에 로체샤르에 올라 8000m급 이상 16좌를 모두 등정했다. 1985년부터 22년간 38차례 도전해 이룬 완등이다. 이 과정에서 10명의 동료를 잃었다”며 “이들의 희생과 노력, 성공하라는 주변의 기원으로 16좌를 완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엄 대장은 동료 산악인과 셰르파의 이름을 열거했다. 엄 대장은 1988년에 처음으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를 등정했다. 2000년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한 엄 대장은 2004년 얄룽캉봉, 2007년 로체샤르까지 정복했다. 그렇게 세계 최초의 16좌 완등 산악인이 됐다. 대한체육회는 국민에게 희망을 준 도전 정신을 기릴 목적으로 엄 대장을 13번째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했다.

앞서 고 손기정(육상), 고 김성집(역도), 고 서윤복(육상) 고 민관식(행정가), 장창선, 양정모(레슬링), 박신자(농구), 고 김운용(행정가), 김연아(피겨스케이팅), 차범근(축구), 고 김일(프로레슬링), 김진호(양궁)가 스포츠 영웅으로 헌액됐다. 스포츠 영웅은 2011년부터 선정되고 있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2015년 1월 학교 건립을 위해 찾아간 네팔 푸룸부에서 현지 어린이를 품에 안고 밝게 웃고 있다. 뉴시스

엄 대장은 2008년 5월 28일에 재단을 설립하고 2010년부터 히말라야 오지에 학교를 짓고 있다. 자신과 동행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떠난 셰르파의 자녀들을 가난에서 구할 방법은 교육에 있다는 철학에서다. 엄 대장은 “필생의 꿈을 이루게 해주고 깨우침을 준 히말라야에 은혜를 갚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엄 대장은 국내에서도 산악 교육과 국토대장정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엄 대장은 “산에 오를 때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동료의 이름을 불렀다. 그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함께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며 “실패하고 힘들 때마다 ‘이겨내지 못하면 나에게 정상은 없다’라는 생각으로 살았다. 수많은 고통, 시련, 좌절 등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을 떠올렸다. 멈추지 말고 이겨내야 한다는 정신으로 극복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