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학원 금지”, 공론조사는 ‘찬성’ 우세하지만…

입력 2019-11-26 16:56 수정 2019-11-26 17:11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가 전경. 뉴시스

서울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학원 일요휴무제’ 시행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60%를 넘는다는 공론화 결과가 나왔다. 교육청은 공론화 및 정책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초 제도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와 ‘휴식권 보장’이라는 논리는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과 사교육 증가 우려, 위헌 소지 등 제도 시행 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뾰족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아 일요휴무제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 공론화추진위원회(추진위)는 학원 일요휴무제 시행 권고안을 도출해 26일 발표했다. 추진위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일반시민 등 200명의 시민참여단을 꾸려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9일까지 두 차례 토론회와 숙의 과정을 거쳤다. 시민참여단은 1차 숙의(183명 응답)에서 찬성 53.8%, 반대 35.1%, 2차 숙의(171명 응답)에서는 찬성 62.6%, 반대 32.7%의 의견을 보였다. 앞서 실시된 사전여론조사(3만4655명 응답)에서는 찬성이 59.6%, 반대가 25.1%로 조사됐다.

시민참여단이 내세운 찬성 의견의 주요 근거는 ‘학생 건강권과 휴식권의 제도적 보장’(60.7%)이었다. 주말을 가족과 보낼 수 있는 환경 조성(19.6%), 사교육 의존도 감소(15.9%) 등의 이유도 잇따랐다.

교육청은 내년 2월 발표 예정인 정책연구 결과가 나오면 공론화 결과를 함께 반영해 일요휴무제 도입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일요휴무제에 관한 여러가지 의미있는 찬반 의견이 확인된 만큼 양쪽 의견을 수용하고, 내년 상반기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향후 교육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도 시행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학원 일요휴무제가 시행되면 사교육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시민참여단은 일요휴무제 도입 후 발생할 수 있는 장애 요인으로 불법 개인과외 성행(73.1%)을 가장 높게 꼽았다. 이를 해결하려면 스터디카페 등 사각지대에 대한 대책 마련(31.6%), 불법 교습 및 과외에 대한 처벌강화(30.4%)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학원 일요휴무제가 시행되도 이는 서울 지역에 국한된다. 분당 등 경기도 지역은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서울 지역 학원이 문을 닫으면 학생들이 경기도 지역 학원으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조성철 한국교원총연합회 대변인은 “제도 도입 취지는 누구나 공감한다”면서도 “일요일에 학원이 문을 닫으면 고액 과외나 온라인 사교육 증가, 타 지역 학원 쏠림 현상 등이 나타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시민참여단은 학원 일요휴무제 시행에 앞서 학생의 학습권(93.6%), 법제화의 현실성(91.8%), 제도 도입의 효과(92.4%)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법제처는 2017년 교육감이 시·도 조례로 심야시간 이뤄지는 교습의 제한을 둘 수 있지만 특정 요일이나 주말에 교습할 수 없도록 하는 휴강일은 규정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박종덕 한국학원총연합회장은 “과거 법제처의 유권해석 사례도 있지만, 국회에서 학원법을 개정해 일요휴무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문제”라며 “학생들이 스스로 주말에 학습할 권리를 뺏는다는 점에서 위헌 법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교육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소득층 자녀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개인 교습 등을 통한 사교육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주말에 보완학습을 할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말에 서울지역 학원을 다니는 타 지역 학생들의 교육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조 대변인은 “사교육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은 학습 기회를 잃고 교육 격차는 심해질 것”이라며 “대입제도 개선, 입시과열 현상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주말에 공부하는 아이들은 계속 나온다.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부작용도 많은 만큼 학원 일요휴무제 도입에 조금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박 회장은 “공론화 과정이 3개월이었다. 이 문제는 최소 1~2년을 두고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진심으로 학생 휴식권을 보장하려면 각종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