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78이면 정상수준이다. 안인득은 스스로 방송 통신고등학교 다녔고, 굴삭기 자격증도 받았다, 외래 범행당일에도 신문 구독해서봤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소셜 댄스라는 것을 수강했습니다.”
22명의 사상자를 낸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의 피의자 안인득을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치료했던 정신감정 담당의 장모씨(여)는 26일 이같이 증언했다.
창원지법 형사4부(이헌 부장판사)는 26일 오후 315호 대법정에서 경남 진주아파트 방화살인범 안인득(42)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이틀째 열렸다. 전날에 이어 추가 증인신문이 이어졌다.
안인득이 지난 4월 17일 새벽 흉기를 휘둘러 자신이 살던 진주시 아파트 주민 5명을 살해하고, 17명을 다치게 한 범죄는 사실관계를 다툴 여지가 없을 만큼 명백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형법(10조)은 심신미약자는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재판부와 배심원들이 형량을 정할 때 조현병 환자인 안인득이 사물 변별능력, 의사소통이 어려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참작할지가 쟁점이다.
검찰과 변호인, 재판부는 안인득 정신감정을 했던 의료부장을 상대로 범행 당시 안인득이 심신미약 상태였는지, 조현병과 범행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심문했다.
검찰은 “안인득이 범행 당시 이웃 주민에게 ‘내가 조심하라고 했지’라며 말하며, 공포탄을 쏜 경찰관에게 ‘공포탄인 줄 다 안다. 백날 쏴 봐라’라고 말하는 등 공격한 상대방이 누군지 정확하게 알아봤다”며 “범행 당시 사물 분별 능력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경찰이 실탄을 쏘자 안인득이 투항하듯 흉기를 버렸고 체포 후 경찰이 ‘누구를 죽였냐’고 물어봤을 때는 ‘수갑을 헐겁게 풀어주면 말하겠다’고 협상까지 하려 한 점으로 미뤄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증인 장씨는 “안인득은 망상으로 인해 판단력에 손상이 있다. 판단력이 결여된 건 아니다”면서 “망상에 지배받아 자신이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가해자들을 살해하거나 손상을 입히는 것 밖에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인득이) 자신의 범행에 대해 후회하고 있냐’는 질문에 장씨는 “주치료감호소에 머물 때 범행을 후회하거나 반성한다는 말을 한 적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변호인은 “본인 정신병을 앓고 있는지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중, 자신이 정신병인지 모르는 사람이 치료도 어렵다고 안다”면서 “안인득이 2016년까지 (조현병)치료를 받다가 스스로 중단해 증상이 악화됐는데, 갑자기 호전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장씨는 “갑자기 병이 호전되는 경우는 없다”며 “안인득 같은 망상의 경우,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자기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헷갈려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현병이 내과질환처럼 표준화 돼 있는게 아니라 스펙트럼이 넓어 환자에 따라 증상과 심각성도 다르다”며 “안인득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망상으로 인해 관심이 없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안인득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은 3일간 열린다. 27일에는 피고인 신문·최후진술·배심원 평의를 거쳐 선고한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안인득, “누굴 죽였느냐” 묻자 “수갑 풀어주면 말할게”
입력 2019-11-26 16:44 수정 2019-11-26 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