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한 질롱...호주리그, 유망주들 기회의 장 될까

입력 2019-11-26 16:38 수정 2019-11-26 16:56
사진=질롱 코리아 제공

지난 시즌 호주프로야구(ABL) 제7구단으로 야심차게 출범한 질롱 코리아는 타팀 대비 기량 면에서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최하위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프로야구가 없는 겨울 야구팬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고 있다.

26일(한국시간) 현재 3승 1패를 기록 중인 질롱은 21일부터 열린 개막 4연전에서 지난 시즌 25승 15패를 기록한 시드니 블루삭스를 상대로 우세를 점했다. 7승 33패를 기록하고 독보적인 최하위에 그친 지난 시즌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직전 시즌 질롱은 시드니와의 개막 4연전에서 모두 졌다.

팀 멤버가 완전히 바뀌었다. 방출선수 및 비지명선수들 위주로 짜였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올 시즌 질롱은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소속 선수들의 지원을 받아 팀을 구성했다. 덕분에 야구팬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선수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1년간의 공백을 거치고 내년 드디어 롯데로 복귀하는 베테랑 노경은이 개막전 선발을 포함해 5경기 정도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한화 이글스가 공들여 키우고 있는 유망주 박주홍 또한 선발 로테이션 자리를 꿰찼다. 야수진에서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산하 마이너리거 배지환에 더해 백승현, 홍창기(이상 LG) 김대륙, 전병우(이상 롯데) 등 프로야구 1군에서 당장 활용될 만한 선수들이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뚜껑을 열어 보니 확실히 좋은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이 나온다. 노경은은 21일 개막전에서 4⅓이닝 동안 최고 구속 148㎞의 강속구로 1실점 호투했다. 박주홍도 23일 6이닝을 책임지고 승리투수가 됐다. 백승현은 5할이 넘는 맹타(13타수 7안타)를 휘두르고 있고 허일(롯데), 김주형(키움) 등이 4할이 넘는 타율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기대를 모은 배지환은 23일 무려 4개의 실책을 범했지만 같은 날 솔로 홈런을 날리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 일본리그에서의 부진에 와신상담하며 지난 시즌 ABL에서 뛴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베이스타즈)는 호주에서 압도적인 성적(6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51)을 남긴 뒤 올 시즌 맹활약하며 프리미어12 대표팀까지 선발됐다. 호주리그 선수들의 수준이 생각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된 만큼 호주리그가 추후 프로야구 유망주들을 위한 교육의 장이 될지 관심을 모은다. 전 질롱 단장인 박충식 사이버한국외대 감독은 “ABL은 국내 선수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실전에서 경기를 치르며 외국 선수들의 기량과 힘을 직접 경험할 수 있고, 비시즌 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