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데이터 3법’ 처리에 미진한 정치권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기로 한 여야 3당 원내대표 합의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며 조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 회장은 26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 위치한 자신의 집무실에서 ‘데이터 3법 입법 촉구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데이터 3법이 이대로 가다간 자동 폐기될 것 같다”면서 “데이터 산업은 미래 산업의 원유인데, 이 원유 채굴을 아예 막아놓은 상황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신용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일컫는다. 기업들이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 처리된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회장이 긴급 회견에 나선 이유는 국회에 계류 중인 데이터 3법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해당 법안을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각 상임위에서의 이견으로 통과가 불투명하다. 박 회장은 “첫 단계인 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은 법안은 3개 중 1개뿐이다. 과연 29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현재 3법 가운데 행정안전위원회 소관인 개인정보보호법만이 법안소위를 통과해 행안위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다른 법안인 신용정보법개정안은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일부 의원이 반발하면서 연내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 회장은 국회에 대한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데이터 3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국회가 국민과 한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나라 경제가 어렵다는 우려, 한국 경제의 미래가 어둡다는 걱정이 나올 때 국회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은 믿고 기다리고 있는데 법안 처리가 안 되면 기업은 어디에 맞춰 사업계획을 짜며 어떻게 사업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기업과 사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 먹거리에 관한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을 일컫는 일명 ‘FAANG’을 언급하며 “이들은 빅데이터로 미래 먹거리를 지금 찾고 있는데 우리는 글로벌 기업은커녕 주변의 스타트업이 사업을 시작도 못 한 상태로 계속 기다리고 있다”며 “산업의 아주 기본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터 3법이 통과되기를 기다리는 많은 젊은이, 미래에 대한 꿈을 품고 있는 젊은이를 더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트리지 않고 산업의 씨를 뿌리고 자라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데이터 3법으로 인한 정보인권 축소와 정보 유출시 보호 장치 부족 등의 우려에 대해 박 회장은 “개인에게 사전 동의를 다 받게 되면 사실상 정보 활용은 불가능하다”며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열어두되, 부작용을 막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