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 네이멍구 쥐·벼룩 박멸 운동…쥐약 헬기 살포도

입력 2019-11-26 16:19
바이두 캡처

최근 흑사병(페스트) 환자가 발생한 중국 네이멍구 지역 당국이 페스트균을 옮기는 쥐와 벼룩에 대한 대대적인 박멸 작전을 벌이고 있다.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쥐를 잡는 것 뿐 아니라 헬기까지 동원해 방대한 지역의 초원에 쥐약을 뿌려 환경 오염 우려도 제기된다.

26일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네이멍구 당국은 3명의 페스트 환자가 발생한 시린궈러 지역에서 쥐 잡기와 쥐약 살포, 방역, 격리 등 대대적인 페스트 차단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당국은 현지 초원 지대에 서식하는 쥐와 토끼 등 야생 설치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 결과 페스트에 감염된 동물 14마리를 발견했다.

중국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감염된 쥐와 벼룩을 함께 죽이는 게 중요하다”며 “페스트균을 옮기는 벼룩은 감염된 쥐가 죽으면 새로운 숙주를 찾는데, 이 벼룩이 사람을 물면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멍구 당국은 통상적인 방역작업과 감염된 동물의 사체를 태우는 것 외에 쥐와 벼룩을 퇴치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지역 공무원과 의료진 300여 명으로 구성된 별도 전담팀이 매일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쥐·벼룩 퇴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야생 토끼를 잡아먹고 페스트에 걸린 류 모 씨 거주지 주변에서는 대규모 쥐약 살포도 이뤄졌다.

당국은 헬기 17대를 동원해 133㎢가 넘는 초원지대에 14만t 이상의 쥐약을 뿌린 것으로 전해졌다.

생태도시 학자인 뤄야멍은 “쥐약 살포는 목축하는 주민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지 주민들은 쥐약 살포로 초원에서 가축을 방목하는 게 불가능해지자 양들을 울타리에 가둬 놓고 건초를 사서 먹이로 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허가 없이 사냥하거나 감염 지역에서 동물을 잡아먹지 말고, 동물을 가지고 나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
페스트 환자가 발생한 네이멍구 초원지대.계면신문 캡처

중국 매체인 계면신문은 신중국 수립 이전인 1901년부터 1949년까지 네이멍구 지역 58개 현의 2458개 마을에서 9만 건의 흑사병 감염사례가 발생해 이 가운데 8만 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신중국 이후에는 2004년 11월 페스트 환자가 발생한 데 이어 2005년 페스트가 크게 유행했고,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다 2010년에도 한 차례 유행한 뒤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신문을 전했다.

네이멍구 출입국 검역국 관계자는 “페스트는 자연상태에서 늘 존재하며 10년쯤 주기로 설치류 사이에서 유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네이멍구의 기후와 환경은 페스트가 창궐하기에 적당한 조건을 가졌기 때문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멍구 기상국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네이멍구 지역 평균 기온은 1961년 이후 4번째로 높았고, 시린궈러의 기온은 상대적으로 1~2.4도 정도 높았다.

또 1981부터 2010년까지 20년간 평균치와 비교해 시린궈러 중부의 강수량은 20~50% 적어 심각한 가뭄이 발생했다.

따라서 이 지역의 초원은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페스트를 옮기는 쥐가 서식하는데 적당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시린궈러의 샹황기 남부지역은 인구가 많고 목초지가 적은데 기르는 가축 수는 많아 초지 퇴화 현상이 심각하다”며 “강수량이 줄어들고 사막화된 목초지는 쥐가 번식하는데 최적의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쥐의 개체 수가 절정기에 이르면 페스트가 유행할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지역 주민들도 최근 몇 년 동안 초원에서 사냥이 금지되면서 쥐와 야생 토끼 등 설치류가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네이멍구 도로 옆에서 볼 수 있는 쥐 구멍.계면신문 캡처

현지 초원은 사람들이 걸어다니면 쥐구멍이 곳곳에서 발에 밟힐 정도로 쥐의 개체 수가 늘어났다.

네이멍구농업대학 우샤오둥 교수는 “올해 봄 시린궈러 현지를 조사한 결과 쥐로 인한 피해는 확연히 증가하고 있다”며 “평균 쥐구멍 수는 ㏊당 1000개 이상으로 조사됐으며, 심각한 지역은 1500개 정도였다”고 말했다.

쥐구멍이 ㏊당 650개 이상이면 중간 정도 해를 끼치는 상태이며 ㏊당 1000개 이상이면 극도로 위해한 상태로 분류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