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KBS2·이하 동백꽃) 종영에 마음 한편이 헛헛하다면 조금만 참고 기다려보자.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 모두 연말을 맞아 동백꽃의 빈자리를 대신할 쟁쟁한 작품들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특히 케이블과 종편의 공세가 두드러지는데, 이에 맞서 지상파는 수성하는 모양새가 됐다.
올해 하반기는 오래 침체했던 지상파 드라마의 부활을 알리는 시간이었다. KBS는 동백꽃과 ‘조선로코-녹두전’으로 흥행 쌍끌이를 했다. MBC는 ‘어쩌다 발견한 하루’로 1020 세대의 큰 응원을 받았고, SBS는 250억 제작비를 들인 액션물 ‘배가본드’로 시선을 붙들었다.
이에 절치부심한 케이블과 종편이 기대작들을 연달아 선보이는데, ‘사랑의 불시착’(tvN)이 그중 하나다. 다음 달 14일 처음 방송되는 이 작품은 하반기 tvN의 구원투수로 꼽힌다. 톱스타 현빈과 손예진이 캐스팅된 극으로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떨어진 재벌 여인 윤세리(손예진)과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의 로맨스를 그린다.
극은 박지은 작가의 차기작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푸른 바다의 전설’ 등 줄줄이 히트작을 써냈던 스타 작가다. 1990년대 후반 예능 작가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린 발랄한 극본이 그의 특장점인데, 이번 작품도 설정부터 이채로운 스토리텔링을 예고하고 있다.
자타공인 ‘로맨스 퀸’들도 다음 달 16일 동시에 복귀한다. ‘블랙독’(tvN)의 서현진과 ‘검사내전’(JTBC)의 정려원으로 모두 걸그룹 출신이면서 탁월한 연기 실력으로 안방에 안착한 경우다. 두 작품 모두 로맨스물은 아닌데, 새 모습으로 변신한 서현진 정려원이 펼칠 연기 대결을 살펴보는 것도 연말을 즐기는 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뷰티 인사이드’(JTBC) 이후 1년여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서현진은 사립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신입 기간제 교사 고하늘로 출연한다. 제작진은 “서현진은 단순히 고하늘의 외형을 넘어 입체적인 면까지 완성하고 있다. 그가 아닌 고하늘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약 1년 반 만에 복귀한 정려원은 검사내전에서 좌천된 에이스 검사 차명주 역을 맡았다. 이선균이 동료 검사 역으로 호흡을 맞춘다. 정려원은 2017년에도 ‘마녀의 법정’(KBS2)에서 엘리트 검사 역을 맡아 그해 KBS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어 눈길을 끈다.
그렇다면 지상파의 대항마로는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건 역시 동백꽃의 후속작이자 오는 4일 첫 전파를 타는 ‘99억의 여자’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최근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배우 조여정이 주연으로 나선다.
99억의 여자는 가난과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우연히 현금 99억을 쥐게 된 여자 정서연(조여정)의 삶을 그린 극. 조여정은 이 작품에서 아들의 죄를 덮으려 분투했던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던 전작 ‘아름다운 세상’(JTBC)과는 다른 결의 강인한 여성상을 선보인다. 오나라 김강우 정웅인 등 굵직한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다.
배가본드 후속으로 다음 달 13일 첫 방송되는 ‘스토브리그’도 눈여겨볼 법하다. 프로야구팀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극이다. 남다른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남궁민이 만년 꼴찌팀에 부임한 에이스 단장 역을 맡아 드라마를 이끈다. 특히 최근 동백꽃에서 지질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노규태 역으로 활약했던 오정세가 팀을 쥐고 흔드는 구단주 역으로 출연해 특유의 얄궂은 매력을 또 한 번 선보일 예정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