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삼다수 넘어 에비앙 겨눈다” 2조 생수시장 출사표

입력 2019-11-26 15:20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마켓오도곡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주용암수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오리온 제공


오리온이 시장규모 1조원에 달하는 생수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제품 200여 종이 각축을 벌이는 국내 시장에서 먼저 자리를 잡고 중국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석이다. 제과 제품으로 국내외에서 쌓은 영업망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가 사업 성패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은 26일 서울 강남구 마켓오 도곡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약알칼리성 미네랄 생수 ‘제주용암수 미네랄워터’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2016년 제주토착기업 제주용암수를 21억원에 인수한 후 3년 만에 첫 제품 출시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오리온 제주용암수가 음료 사업의 밀알이 되고, 이를 기틀로 향후 크나큰 그림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생수로 2조원 매출을 올리는 세계 최고 기업 다농그룹의 에비앙과 경쟁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리온의 본심은 해외시장에 있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쌓아온 해외영업망을 바탕으로 국제 생수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생수 시장 규모만 24조원에 달하고 앞으로도 점점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달에는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커피 프랜차이즈 루이싱과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제주용암수를 세계적인 프리미엄 생수 에비앙과 비슷한 가격대로 판매할 계획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해외에서 좋은 영업망 가지고 있어서 이 영업망 통하면 해당 국가 소매영업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해외시장 진출에 앞서 국내시장 기반을 탄탄히 다진다는 계획이다. 우선 다음 달 1일 가정배송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 정기배송을 통해 530㎖와 2ℓ를 우선 출시한다. 전국 대도시 중심으로 일일 배송이 가능하다. 국내 생수 업체들은 이미 자체 배송 시스템을 갖추고 온라인 비중을 강화하고 있다. 오리온은 생수 시장에서 앞으로도 배송 비중이 점차 강화될 것으로 보고 온라인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리온이 진출할 생수 시장 상황은 녹록치는 않다. 삼다수에 이어 아이시스, 백산수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편의점 PB생수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최근에는 대형마트가 초저가 생수 경쟁을 벌이면서 출혈 경쟁도 심해졌다.

오리온은 국내에서도 프리미엄 컨셉을 해법으로 내세웠다. 제주용암수는 530㎖ 제품 가격이 생수업계 선두인 삼다수(500㎖ 기준)보다 50원 비싼 1000원으로 책정됐다. 오리온 관계자는 “삼다수와 제품 품질 면에서 격이 다르다고 자부하고 있다”며 “다만 국내소비자 가격 감성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