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질환자가 최근 20년새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음주에 의한 알코올성 간 질환자는 무려 84%나 늘었다.
특히 20대에서 알코올성 간 질환이 가장 크게 증가해 젊은층의 술 소비 증가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젊은 여성의 음주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남성과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여성은 남성보다 피해가 크고 더 짧은 기간에 알코올 중독(알코올 사용장애)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소화기내과 박승하 교수와 한림대 춘천 성심병원 김동준 교수팀은 19세 이상 성인의 간 질환 유병률 추이를 분석해 최근 학술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1998~2001년 참여한 1만4438명과 2016~2017년 참여한 1만1455명의 간 질환 유병률을 분석한 결과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은 각 각 18.6%, 21.5%로 나타났다. 20년새 16% 증가한 수치다.
알코올성 간 질환 유병률은 1998~2001년에 3.8%에서 2016~2017년에는 7%로 나타나 84%나 상승했다.
연령별로는 60대를 제외하고 모든 연령에서 다 올랐다. 20대에서 1.6%에서 6.4%로 가장 높게 증가했다. 30대는 3.8%에서 7.5%, 40대는 4.2%에서 7.6%, 50대는 5.3%에서 8.6%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복부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유병률도 함께 증가했다. 복부 비만은 29.4%에서 36%로, 당뇨병은 7.5%에서 10.6%, 고혈압은 22.6%에서 27.1%로 늘어 만성질환이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증가와 무관치 않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운동부족이나 고열량 식사 등 안 좋은 생활습관에 의해 간에 콜레스테롤이 많이 쌓여 발생한다.
반면 만성 B형간염은 5.1%에서 3.4%로 감소했다. 만성 C형 간염의 경우 기존 데이터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2016~2017년 유병률은 약 0.3%로 나타났다. 만성 B·C간염은 비알코올성 간질환의 또 다른 원인이다.
박승하 교수는 “1인당 술 소비량이 증가 추세여서 알코올성 간 질환 유병률과 합병증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간학회 영문 학술지 ‘임상분자간학’ 최신호에 발표됐다.
한편 지난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여성 월간 폭음률은 2005년 17.2%에서 2018년 26.9%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성인 남성의 월간 폭음률이 55.3%에서 50.8%로 소폭 감소한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고위험 음주율 역시 성인 남성의 경우 2005년 19.9%에서 2018년 20.8%로 소폭 늘었다. 이에 비해 성인 여성은 3.4%에서 8.4%로 배 이상 증가했다.
한 번의 술자리에서 소주를 기준으로 남성은 7잔, 여성은 5잔 이상 마실 경우 폭음으로 보는데, 이러한 폭음 형태의 술자리를 주 2회 이상 하는 비율을 ‘고위험 음주율’이라 한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중독 치료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은 26일 “여성의 경우 남성과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더 빨리 취하고 신체적으로 더 큰 손상을 입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남녀가 같은 양의 술을 마셨을 때, 남성보다 여성에게 알코올로 인한 신체 손상이 더 크게 나타난다. 남성보다 여성이 짧은 음주 기간을 갖더라도 간 질환이나 간경화에 걸릴 확률 역시 더 높다.
실제 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폭음이 간에 미치는 손상 정도를 봤을 때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폭음은 생리불순, 불임, 자연 유산, 조기 폐경은 물론 유방암이나 골다공증 위험을 높인다. 알코올 섭취량과 정비례한다고 알려진 유방암은 소량의 음주를 통해서도 발병 위험이 1.4배나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4~2018년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알코올 사용장애 진료 여성 환자가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원장은 “여성 알코올중독 환자의 경우 음주 자체를 즐기는 남성과 달리 스트레스나 우울증, 외로움, 슬픔과 같은 정신적 문제와 술이 연관돼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술 문제 외에 어떤 감정적 어려움이 있는지 찾아 함께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여성 음주자의 경우 남성보다 자살 위험성이 높으므로 더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