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백남기 주치의 “위자료 4500만원 결정, 의사 양심 짓밟은 것”

입력 2019-11-26 15:08 수정 2019-11-26 15:50
고 백남기씨의 주치의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2016년 10월 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백씨의 사망진단서 논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고(故)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던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유족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백 교수 측은 “의사로서의 양심을 짓밟은 정치 판단”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부장판사 심재남)는 26일 백씨 유족들이 백 교수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백씨 아내에게는 1500만원을, 3명의 자녀에게는 1000만원씩 총 45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백씨는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그는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317일간 머물다가 이듬해 9월 25일 세상을 떠났다. 당시 주치의였던 백 교수가 백씨 사망진단서에 외부 충격에 따른 ‘외인사’가 아닌 ‘병사’를 사망 원인으로 적으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서울대병원은 9개월 만인 2017년 6월 사인을 다시 외인사로 고쳤다.


백씨 유족은 백 교수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며 2017년 1월 백 교수와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달 21일 백 교수와 서울대병원이 유족에게 위자료를 공동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백 교수만 이 결정에 불복하면서 재판부는 이날 선고기일을 별도로 잡았다.

재판부는 “백씨는 물대포를 맞아 넘어진 뒤 의식을 회복 못한 채 사망해 외인사임이 명백하다”며 “사망진단서에 ‘병사’를 기재한 것은 의사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백 교수 측 대리인단이 “적어도 의학적 증거를 제출할 기회를 달라”며 변론 재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리인단이 “사법부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반발하자 재판부는 이들에게 퇴정을 명하기도 했다.

백 교수 측은 재판 뒤 ‘울분과 개탄, 또 하나의 사법 치욕의 날’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항의했다. 이들은 “재판부가 진실을 밝힐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판결을 강행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백 교수의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은 1·2심 법원 판결이 다른 경우 1심 판사들에게 불법행위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