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늘어나니 ‘세종대왕’도 장수

입력 2019-11-26 15:01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핀테크(금융+기술의 합성어)가 시중에 유통되는 지폐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주고 있다. 올해 1만원권의 유통수명은 지난해보다 6개월 더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1000원권과 5000원권의 유통수명도 각각 1개월, 6개월씩 더 길어졌다. 간편 결제 서비스 활성화로 지폐 이용 빈도가 줄어든 영향이다. 이번에 처음 측정된 5만원권의 유통수명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5번째로 길었다.

한국은행은 2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9년 은행권 유통수명 추정 결과’를 발표했다. 은행권 유통수명은 한은에서 발행한 신권이 시중에서 떠돌다가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돼 한은으로 다시 환수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을 의미한다. 한은은 시중에 있는 은행권(1000원권·5000원권·1만원권·5만원권)에서 일부를 표본으로 뽑아 자동정사기 등을 이용해 유통기간을 예측했다.

분석 결과, 1만원권의 유통수명은 127개월로 추정됐다. 지난해보다 6개월 더 늘어난 수치다. 1000원권이나 5000원권 같은 저액권보다 지갑 속에 더 오래 머물러서다. 한은은 2017년 자체 조사를 인용하면서 “개인이 1만원 이하인 상품을 구매할 때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하는 비중이 전체 거래의 76.7%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어 1만원권은 저액권에 비해 예비용 현금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높아 유통수명이 길어졌다고 덧붙였다.

실제 1000원과 5000원권의 유통수명은 각각 53개월, 49개월로 1만원권보다 수명이 짧았다. 액면 금액이 낮을수록 더 자주 ‘손때’를 탔다는 증거다. 다만 1000원과 5000원권 모두 유통수명은 지난해보다 각각 1개월, 6개월씩 증가했다. 비현금 지급수단(신용카드, 간편 결제 등) 이용이 많아져 액면가에 상관없이 현금 이용이 감소하고 시민들의 화폐이용습관이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유통수명이 162개월인 5만원권은 ‘최장수’ 지폐로 등극했다. 5만원권은 주요 선진국의 최고액면 지폐끼리 유통수명을 견줬을 때도 영국(50파운드), 호주(100달러), 유로존(500유로), 미국(100달러)에 이어 5번째 수준으로 수명이 길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