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결혼하고 본국에선 사실혼? 法 “귀화 취소 마땅”

입력 2019-11-26 10:36
기사와 관계없는 이미지. 픽사베이

한국인과 결혼해 귀화한 외국인이 출신국에서 사실혼 관계를 맺고 아이까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이 외국인에 대한 귀화를 취소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한민국의 법질서 상 금지되는 ‘중혼’(重婚)에 가까운 사실혼이었다는 점을 고려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 1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A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귀화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헌법이 규정한 규범과 중혼을 금지한 민법 규정을 보면 일부일처제는 대한민국의 주요한 법질서”라며 “나중에 한 결혼이 사실혼이라고 해도 법무부가 당사자에 대한 귀화 허가 여부에 관한 재량권 행사에서 중요하게 고려될 사정”이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슬람권 국가 출신인 A씨는 2004년 한국인 B씨와 결혼해 2014년 한국 정부로부터 귀화를 허가받았다. 그런데 A씨는 2009년 자신의 출신국에서 해당 국적자 C씨와 또 결혼해 딸을 얻었다. 이슬람권에서는 법적으로 일부다처제가 인정된다.

이런 A씨의 상황은 귀화 후 B씨와 이혼한 다음에야 드러났다. A씨가 출신국에 살고 있던 C씨와 딸을 한국으로 입국시키려 했던 것이다. 이를 의심스럽게 여긴 당국은 조사 끝에 ‘부정한 방법으로 귀화 허가를 받았다’며 귀화를 취소했다.

이에 A씨는 귀화 취소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자신이 출신국에서 C씨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한국의 민법이 금지하는 ‘중혼’을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귀화 조사 과정에서 낸 호적부 등도 위·변조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아울러 B씨와도 정상적인 혼인 관계를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무부는 귀화를 신청한 사람이 대한민국의 법질서와 제도를 존중하고 준수할 자인지 살펴 귀화를 거부하거나 취소할 재량권이 있다”며 “A씨가 중혼적 사실혼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귀화 허가를 거부할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