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익명 게시판인 ‘대나무숲’에 상사에 대한 조롱이나 허위사실이 담긴 글을 여러 차례 올린 직원을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보건복지부 산하 준정부기관 직원인 A씨는 2017년 6월 네이버 밴드에 ‘대나무숲’이란 이름의 밴드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회사 직원 120여명이 가입했고, 경영기획본부 소속 직원이나 임원급은 가입 불가 대상으로 설정됐다.
A씨는 대나무숲에 상사에 대한 조롱 글을 여럿 게시했다. 한 부장급 상사에 대해 ‘재테크에 뛰어나 수십 채 부동산을 통한 월세 수입이 어마어마하다’ ‘재테크로 시간이 없어 본인 호패를 복사해 심복에게 맡기고 결재를 대신하게 한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올려 비방했다.
A씨는 당사자가 글 삭제를 요청하자 다른 계정으로 접속해 ‘픽션 아니었던가요...?’라며 조롱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A씨는 명예훼손으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이 확정됐고, 회사는 그를 해고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직장 내 벌어지는 일을 풍자하기 위해 창작소설 형태의 글을 게시한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 범위 내에서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가 쓴 글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 아니고 특정 임직원을 비방할 목적으로 작성한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로 보장되는 범위 내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직원으로서 품위와 위신을 손상하고 다른 임직원을 비방해 괴로움을 주는 행위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온라인에 비방 글을 올리기 전 수 차례 징계를 받은 사실도 감안했다. 그는 회사 건물 앞에서 근거 없는 내용으로 1인 시위를 하다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인사고과에서 최하위 평가등급을 준 상사와 언쟁을 벌여 같은 처분을 받기도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