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24일 오전 8시45분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의 한 아파트 18층에 사는 A씨(48)가 바로 위층에 사는 B씨(59)와 C씨(58) 부부에게 흉기를 휘두른 후 자신의 집으로 올라가 베란다를 통해 아래로 뛰어내렸다. 평소에 층간소음 문제로 다퉈온 것이 사건의 발단으로 추정된다.
#2. 경기도 의정부시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D씨(47)는 층간소음을 겪고 있다. 최근 이사 온 윗집의 소음이 심해지면 항의하고 있지만, 잠잠한 것도 잠시뿐 항의 후에는 보복이라도 하는 듯 소음이 더 심해졌다. 수차례 항의에도 변화가 없자 D씨는 층간소음 보복을 위해 최근 이른바 ‘층간소음 스피커’를 구매했다.
이처럼 최근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다툼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벽보를 통해 불편함을 전달하고 서로 양보하며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무원마을 5단지 508동 1~2라인 현관문에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피아노 치시는 분은 밤 10시 이후나 주말 아침에는 좀 삼가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벽보가 붙었다. 그동안 이웃의 피아노 소리에 불편을 느낀 한 주민이 붙인 벽보다.
같은 날 오후 해당 벽보 아래로 또 다른 벽보가 붙었다. 피아노를 치던 주민이 붙인 벽보다. 해당 주민은 “피아노 소음으로 폐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얼마큼 소리가 퍼져 나갈지 궁금해하며 걱정했었는데 불편함을 느끼고 계셨군요! 말씀해주신 시간대를 피하는 등 향 후 최대한 조심하겠으니 다른 시간대에는 조금 들리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며 “혹, 이마저도 불편하다고 느끼시게 되면 다시 말씀해 주세요. 그때는 아예 피아노를 치지 말든지 다시 재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거듭 사과 말씀 올립니다”라고 불편을 느낀 주민에게 전하는 사과의 말과 함께 이해를 바라는 부탁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같이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무원마을 5단지의 한 주민은 피아노 소리 등 층간소음 문제 해소를 위해 벽보를 이용했다. 이를 본 소음의 원인인 주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하는 내용의 벽보를 게재하는 등 이웃 간 다툼이 아닌 이해와 배려로 소음 문제를 해결했다. 현재까지도 이 벽보는 아파트 현관문에 붙어 있다.
해당 아파트의 경비원은 “아파트 주민들 간 인사도 잘하고, 서로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주의를 하는 편”이라며 “일부 주민들이 불편함 등 민원 등을 제기하면 원인이 되는 주민들은 원만하게 협조를 잘해주신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아파트의 한 주민은 “같은 고양시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안 좋은 일이 벌어진 가운데 우리 아파트에서는 벽보를 통해 소음 문제가 해소돼 다행”이라며 “이웃 간 조금씩 더 이해와 배려한다면 다른 곳들도 더 좋은 거주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2012년 8795건 접수된 층간소음 관련 상담이 2018년에는 2만8231건이 접수돼 6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